하만 인수 이후 사업 추진력 유지여부 관건
타이밍 놓치면 인수합병·투자효과 반감될수도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전장기업 하만 인수의 최대 고비는 넘겼지만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리더십이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가 손상되면서 전장 사업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이재용 삼성저자 부회장/연합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4월 5일로 예정된 엑소르(Exor)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엑소르는 이탈리아 자동차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사다. 엑소르는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거느린 글로벌 자동차 회사다. 삼성전자가 인수를 눈앞에 둔 하만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엑소르의 사외 이사직을 맡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출국금지 조치로 지난해 11월 엑소르 이사회에 가지 못한 이 부회장은 이번에 구속되면서 또 다시 이사회 참석이 불발될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은 이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성장 가능성과 부가가치가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는 글로벌 전장 시장 규모는 2020년에 3033억달러(약 34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서 전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에 50%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장 사업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과의 시너지가 전망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물론, 자동차 실내 인포테인먼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디스플레이의 대형화·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보기술(IT) 부품과 시스템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삼성이 삼성SDI의 배터리, 삼성전기의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을 묶어 미래 자동차 핵심 부품 일괄 생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래 자동차는 '움직이는 가전'으로 불린다. IT 노하우가 풍부한 삼성이 빠른 시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은 엑소르 이사회 등 세계적인 기업인들과 접촉하며 전장 사업의 밑그림을 그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는 하만 인수 결정에도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가 힘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손영권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가 데모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전자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우량 기업인 하만을 인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삼성이라 OK 사인이 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와 삼성의 브랜드, 기업 가치, IT 원천기술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인수가 가능했다. 정부가 흐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크다”고 말했다.

당분간 이 부회장의 해외 활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인적 네트워크의 가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총수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삼성전자 전장 사업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삼성도 이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신규 투자과 인수합병(M&A) 등 대규모 사업 추진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장 사업에서 삼성이 속도를 늦출 경우, 그만큼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투자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자동차는 각종 센서, 주문형 반도체, 알고리즘 등이 결함된 고부가가치 영역이 될 것이다. 구글과 애플 등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며 “삼성이 (전장)시장 진출은 다소 늦었지만 하만 인수가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앞으로 타이밍이 중요하다. 서두르지 못하면 인수합병과 투자에 대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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