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출연해 "비난할 처지 아니다…"이승만도 정적 많이 제거"
[미디어펜=정광성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자문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정적을 얼마나 많이 제거한 적도 있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정 전 장관은 20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김구 선생이 (암살당한 것도) 혐의는 그런 식이지 않나"라며 "우리가 김정은이 이복형을 죽이는 것에 대해 비난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비슷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김구 선생과 김정남의 죽음을 비교했다.

이어 "김정남이 피살당한 것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머릿속 회로가 어떻게 깔렸는지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특히 "(김정남 피살) 이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불가피론까지 연결하려 하는데, 논리 비약이 너무 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수 진영에서는 대선 정국에서 이 사안으로 이슈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1960년대 국민의 정세관에서는 먹혀들겠지만, 지금은 이런 식의 북풍 몰이는 대선에서 이슈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연합뉴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정 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은 "21세기 백주에 공항에서 친형을 살해하고 얼마 전에는 고모부까지 살해한 김정은의 정권과 대한민국 정부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정 전 장관의 생각에 경악을 금치 못 하겠다"면서 "과연 대한민국 장관이었던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통해 "정세현 전 장관의 왜곡된 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피살 사건이 북한의 소행을 가닥이 잡혀가는 있는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역사와 반인륜적 만행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은 정권을 동일시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은 우리의 역사를 부적하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분단의 현실에서 한반도의 통일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의 장관을 역임한 사람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현재 정 전 장관은 문재인 전대표의 대선캠프 자문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왜곡된 인식에 과연 문 전 대표도 동의하는 것인지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고 촉구했다.

또한 정 전 장관은 같은 날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그런 역사가 있었다"며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는 아니다"라며 박정희 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사건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이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의 속성"이라며 "권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무자비한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패해서 망정이지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 민주국가에서 일어나지 않았나"라며 "다행히 미국의 구원으로 김 전 대통령이 저 세상 사람은 아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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