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올 봄 분양시장 성적은 '중도금'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일 부동산정보업체 등에 따르면 당초 이달(2월) 분양 예정이었던 아파트는 2만 가구가 넘었지만 실제 분양에 들어간 곳은 8900여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1·3 부동산대책과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양시장이 급랭하자 건설사들도 선뜻 분양에 나서면서 일정이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절적인 분양 비수기와 불안한 정치 상황 등 악재가 겹치며 분양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며 “건설사들도 분양시점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까다로워진 중도금 대출 규제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 문을 두드리다가 마지막까지 해결되지 않아 결국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을 이었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집단대출 규제가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는 지적이다.

   
▲ 지난 24일 개관한 '복수센트럴자이' 견본주택에 몰려든 수요자들은 중도금 무이자 혜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자료사진=GS건설


실제로 지난해 10월 분양한 경기도 평택의 A 아파트(2010가구)는 중도금 1차 납부를 한 달 남짓 앞뒀음에도 마땅한 은행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부산 수영구의 B 아파트(421가구)와 지난달 선보였던 강서구 C 아파트(1210가구) 역시 2~3달 뒤 납부해야 하지만 아직 은행을 구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분양돼 지난 14일 이전에 중도금 1차 금액을 납부했어야 하는 아파트는 전국 123곳으로, 이 중 약 10%에 해당되는 13곳은 중도금 대출을 지원할 은행을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도금 대출 지연 사업장 중에는 서울대입구(신용등급 BB-)와 강원도 원주시(AAA)에서 각각 분양된 아파트들은 분양률이 100%임에도 선뜻 손을 내미는 은행이 없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 전에 미리 금융권 협의 직전까지 분양일정을 최대한 미뤄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제일 영향이 큰 것은 대출 문제로, 제1금융권은 안 빌려주려고 하고 제2금융권은 건설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설명했다.

<중도금 대출 지연 사업장> (2월 14일 기준)

지역

사업명

신용등급

분양률

서울

서울대입구

BB-

100

수도권

오산

AAA

31.9

수원

B+

51.25

용인 동백

BBB-

39.78

의정부

BB+

0

평택 원평

BBB+

2.11

평택 서정

BBB-

79.2

광역시

광주 송정

CCC-

87.07

기타

경주

AAA

40.39

천안 두정

CCC-

6.14

광양

BBB-

52.56

경주

B-

45.87

원주

AAA

100

                           ▲ 중도금 대출 지연 사업장/자료=국토교통부

이 때문에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주택·건설 관련 13개 단체가 최근 정부를 상대로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를 완화해줄 것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잔금대출 규제를 적용하면서 주택사업 자체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계약자의 부담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금융권에서) 대출취급을 거절하거나 가산금리를 부여해 지난해 12월부터 집단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상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지, 분양가 등 분양 성적에 영향을 미치던 기존 요소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 등 ‘집단대출’ 조건 역시 분양 성적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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