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이제 국민의 분노는 재벌로 향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재계 안팎에서는 기업 경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계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선고함에 따라 정치권이 승복하지 않고 정쟁이 계속될 것을 걱정하며, 현재와 같이 재계의 현안을 챙길 주체가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탄핵 정국 동안 대기업에 대한 국민 반감이 더 커진 것을 감안하면,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 이런 분위기가 덕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재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곧바로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경제정책 공백 상태가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 관련 이슈가 국정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삼성그룹 이외의 대기업 전반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강도는 탄핵 선고가 내려지면서 다소 무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은 이번 대통령 파면 결정이 '최순실 게이트'로 확산된 반 기업 정서에 불을 붙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삼성은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부여한 뇌물공여 혐의는 법리적인 다툼을 통해 어느 정도 벗을 수 있다는 입장이나, 대통령 파면 이후 반기업정서가 증폭된다면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재계와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특검법에 적시된 기간보다 장기화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법상 1심은 3개월 이내에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등 형식으로 뇌물을 줬다는 대상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함께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검찰이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해 기소한 뒤 사건을 병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현실화되면 3개월 이내에 1심을 끝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탄핵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 수사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이라 굳이 검찰이 대기업 전체로 수사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재계 역시 불확실성 최소화 차원에서 현 정국 혼란에서 속히 벗어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 초반대로 예상된다. 상당히 안 좋다는 신호다"면서 "산적한 경제 현안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이제라도 제대로 된 경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언제까지 탄핵정국에 매여 있을 순 없다.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일상적인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며 "이런 과도기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