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선별복지·공세적안보 선명성 드러나…바른정당과 차별화
보궐선거 방지 차원서 9일 도지사직 사퇴, 공식후보 행보 주목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아웃사이더'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대선을 진두지휘하게 되면서 찾아볼 수 없게 된 현상이 있다. 보수우파로서 이념 정체성에서 선명성을 띠는 한국당 정치인에게 언론계가 '친박' 꼬리표를 붙이는 풍조다.

친박은 탄핵 정국을 거쳐 일종의 주홍글씨가 돼버려 대선에서 표의 확장성을 해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국당은 "일부 '양아치 친박'에게 핍박받았다"고 토로해온 홍준표 후보를 선택하면서 선명한 정책을 가감없이 내놓을 수 있게 됐다.

홍 후보가 정파적으로 철저히 소외돼왔기에 어떤 정책을 발표하든 '홍준표의 정책'으로 세간에는 읽히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행보에 친박 꼬리표가 붙게 되면 모두 '소신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었다.

   
▲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지난 4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선대위 발대식 및 필승결의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자유한국당 유튜브 캡처


박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추진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골자로 한 노동개혁 입법 ▲교육·공공·금융까지 포함한 4대 개혁 ▲기업활동 장려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원칙주의적 대북·안보 ▲좌편향·친북적 서술이 담긴 검·인정 교과서를 시정하기 위한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등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인사가 친박내지 '친박 성향'으로 불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대개 오판이었다. 국회 정무위원으로서 경제 자유화 기조의 입법과 주장을 지속해온 김종석 의원, 환경노동위원으로 활동하며 복지 포퓰리즘에 반대하고 노동개혁을 지지해온 신보라 의원, '이정현 대표 체제'에서 대변인직을 맡았던 김현아 의원 등이 그 예다. 이들은 모두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로서 바른정당행을 원했지만 행동에 옮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 사태 초기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하며 친박계를 맹비난한 김용태 바른정당 의원은 대표적 친기업 인사로 꼽히며, 국회 교문위 바른정당 간사 이은재 의원은 탈당 후에도 국정교과서 부분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소신을 보였다.

법인세 등 일률적 세율 인상에 반대한 것도 박근혜 정부의 기조였는데, 바른정당 대선후보 유승민 의원이 지난 2015년 초 새누리당 원내대표시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 바 있다.

유승민 후보는 이때부터 대표적 '반(反)박' 인사로 조명받으며 합리적·개혁적·따뜻한 보수를 자처했다. 친박계로 엮이고 싶지 않은 정치인은 증세 반대를 비롯한 친기업적 견해를 쉽사리 입에 올리기 어렵게 됐다.

이는 지금의 바른정당이 간신히 "안보에서만은 감성적인 접근을 배격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김종인발(發)' 경제민주화에 유화적이고, 유 후보 주도로 구 야권과 맞먹는 복지정책과 일률적 규제를 쏟아내는 기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홍 후보는 기업의 국내 투자유인 강화를 위해 노동개혁, 규제완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증세에도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헌법 제119조 1항 자유주의적 시장경제가 원칙',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 '부자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 등의 기조 하에 '서민경제론'을 내걸고 있다.

복지 면에서 이미 경남도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는 등 보편적 복지를 반대해온 데 이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보편적 복지정책인 누리과정을 철저히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 지급'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선언했다. 경남도의 서민층 자녀 대상 각종 복지정책을 전국 확대하겠다고도 밝혔다.

국가 재정에 의한 투자 대상은 식수확보 정책인 ▲전국 식수댐 설치 공사 ▲도심 중수도 설비 확충,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20조원 규모 펀드, 새만금 특별도시 조성 등 효과가 영속적인 분야에 집중한다.

행정·재정개혁으로 광역자치단체 최초 '채무 제로'를 실현한 만큼, 공공분야의 대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경찰도 수사권·영장청구권을 갖게 해 해당 권한을 독점해온 검찰 조직에 책임성을 제고하고, 일명 우병우 라인과 같은 '정치 검사'를 색출해 문책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노총 산하 강성노조, 전교조의 기득권과 정치행위를 막겠다고 밝혀뒀다.

안보 면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미국 전술핵 재배치 협상에 들어가면서, 해병특수전사령부를 제4군으로 신설해 북한 20만 특수군 대응 및 북한 침투 능력을 갖춘 병력을 양성하는 공세적 정책을 내놓았다. 이밖에 자신이 몸소 체험한 우파의 적폐는 물론, 미해결 상태로 남은 전직 대통령 뇌물사건·바다이야기 등 좌파의 적폐 청산도 벼르고 있다.

이같은 기조에 대해 캠프 대변인인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빈자·서민 복지를 추구하는 게 보수의 가치"라고 공감하며 "보수가 강조하는 자유·책임·공정과 일맥상통한다"고 적극 피력한 바 있다. 반면 유 후보의 '따뜻한 보수'에는 "국가주도로 뭔가 베풀어주겠다는 데 급급하다"며 "그것이 홍 후보와의 극렬한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오른쪽)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및 서울·강원 필승 결의대회에서 '경선 2위 후보'이자 강원 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진태 의원과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사진=홍준표 후보 캠프 홈페이지


'우파 스트롱맨'을 자처한 홍 후보가 그간 행적이나 제시한 정책을 미루어 그에 걸맞는 철학을 지녔다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보수우파 노선의 선명성을 확보하면서도 친박 꼬리표가 사라짐으로써 단순히 '박근혜를 추종·계승한 것'이라는 평가절하 없이 대선 국면에서 정책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홍 후보는 8일 서울·강원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탄핵 반대 민심의 대변자 격인 김진태 의원의 "집토끼부터 챙겨야 한다"는 충고를 듣고 두번을 연신 껴안았다고 한다. 한때 '진박감별사'논란을 빚었던 조원진 의원의 오후 탈당에는 "마지막 친박 조 의원이 탈당을 했다"며 "모두 함께 갔으면 참 좋았으련만 아쉽다"고 언급했다.

정통 보수우파로 인정받을 수 있는 행보를 강화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더 이상 당을 좌지우지할 친박은 없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여태껏 절치부심·와신상담을 반복한 끝에 9일 도지사직을 내려놓은 이후 '대통령 후보 홍준표'가 어떻게 1달간 대선이라는 전장을 누빌지 관심을 모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