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경선 맞수들과 '소맥 단합대회'를 가진 데 이어 10일 당내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통합 행보를 이어간다. 용광로형 '국민주권선거대책위원회'가 당일 공식 활동에 들어가는 만큼 본격화된 선거국면에서 당내 잡음 최소화와 단합에 주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첫 회의부터 선대위 중책이 배정된 비문계 박영선·변재일 의원 등이 불참, 직을 맡길 거부하면서 진정한 통합 분위기 형성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후보 본인도 통합 행보에 있어 "걸림돌이 있다면 직접 나서서 치우겠다"는 언사를 남겨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오후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청에서 회동하기에 앞서,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1차 국민주권선대위 첫 회의를 가졌다. 선대위 인선에서 갈등을 빚은 만큼 문 후보가 화합형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는 "어제를 끝으로 인선이나 자리를 놓고 어떤 잡음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어조로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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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기에 앞서 건물 복도에서 이동하고 있다./사진=문재인 후보 캠프 |
특히 "이유가 무엇이든 화합과 통합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이후 용광로에 찬물을 끼얹는 인사가 있다면 그 누구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이어졌다. "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있다면 제가 직접 나서서 치우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문 후보는 "소외되거나 빠지는 분이 단 한명도 없어야 한다는 게 후보로서의 제 분명한 의지"라며 "안희정, 이재명, 최성 후보와 함께 뛰었던 의원들과 동지들 한 분도 서운하지 않게 모시겠다. 박원순 시장, 김부겸 의원과 뜻을 맞췄던 분들도 마찬가지로 함께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에게 당부했다.
이는 선대위 '대오 유지'를 최우선으로 주문하면서 추후 "서운하지 않게" 화학적 통합을 강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는 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와 박 시장·김 의원을 거듭 거명하며, 각자의 기치를 받들어 "선대위뿐만 아니라 공약도 용광로가 되게 할 것"이라는 다짐도 밝혔다.
하지만 이에 거스른다면 '걸림돌'로 간주해 직접 치우겠다는 경고는 유효하다. 그는 실제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대위 공동위원장·방송언론정책위원장에 각각 임명됐던 박영선·변재일 의원의 선대위 재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변 의원은 이날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선대위가 권력다툼, 힘 자랑만 하고 있으니 거기에 들어가서 뭔가를 맡겠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직책 거부 의사를 밝혔으며, 박 의원도 '백의종군하겠다'는 의견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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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맨 오른쪽)과 캠프 정책단장을 맡았던 변재일 의원(가운데), 멘토단장을 맡은 박영선 의원./사진=변재일 의원 페이스북 |
한편 문 후보는 회의를 마친 뒤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중소기업단체협의회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중소기업정책을 발표했다.
뒤이어 오후 '문재인과 박원순이 부르는 광화문연가'라는 주제로 박 시장과 서울시청에서 공개면·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면담 후에는 함께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 등 서울시의 구상을 청취한다.
공개 면담에서 문 후보는 "서울시장 덕분에 촛불집회가 됐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바꾸는 놀라운 일이 됐고,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며 감사를 표한 뒤 "제가 정권교체를 하면 서울시와 촛불시민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상을 받을 수있도록 추진해보겠다"고 박 시장을 치하했다.
박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가 성취, 실험한 많은 좋은 정책들을 다 가져가시라. 로열티 안 받겠다"고 덕담한 뒤 "문 후보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과거 37년이 넘는 기간동안 저희는 동지였고, 현재도 앞으로도 동지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함께 걷겠다"고 화합의 제스처를 취했다.
박 시장이 앞서 지난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참여정부 시즌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이룰 수 없다"며 "나홀로 함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던 것과는 달리 협력적 태도로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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