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5·9 대선을 한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양강구도가 고착화된 것으로 여론조사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패색이 드리우는 범보수진영에서 후보·정당간 연대 여부가 주목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교섭단체 정의당보다 당·후보 지지율 열세를 겪고 있는 바른정당 측에서 자유한국당 또는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타진한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장이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위해 박지원 대표와의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당의 간판이자 주인공인 유승민 후보가 완주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만큼 설득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당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대선 주도권을 얻을 계기가 간절해 '뭐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적지 않은데, 지지율 2~3%대를 멤도는 유 후보의 대권가도에 좀처럼 반전이 없자 '속상한' 인사들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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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사진=각 후보 공식사이트 |
유 후보가 대권을 내려놓을 경우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대체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상승 중인 안철수 후보측에 합류하거나, 보수 정체성을 중시해 한국당에 복귀하는 두가지 진로로 갈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한 듯 홍준표 후보는 '조건없는 통합'을 거듭 주문하고 있고,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내에 '회군파'가 꽤 많다는 주장을 이날까지도 입에 올렸다.
한국당은 홍준표 후보가 최근 8%대 안팎 지지율에 그치고 있지만, 지난 10일에야 본격 선거운동에 나선 만큼 지지세가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보수진영 내에서 최대한 분열과 잡음을 없애고 총력전 채비를 갖추는 게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옛 새누리당을 같은 뿌리로 둔 데다 이념·정체성 면에서 가장 접점이 많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필수다. 그러나 유 후보가 이날 대구 반야월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준표와 단일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재차 못박아 공식 대선후보 등록일(이달 15~16일)을 나흘 앞두고도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다만 유 후보가 끊임없이 자신을 '보수후보'로 피력하고 있고, 보수후보 단일화 의지를 지난달 28일 후보로 선출되기까지 드러낸 바 있어 실현불가능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안 후보를 문 후보와 싸잡아 '안보관 불신'을 드러내는 등 아직은 한국당과의 공통분모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경제민주화 주창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미미하지만 지지율이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이끈 몸이지만, 문재인 후보의 일자리·경제공약과 대북 안보관에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 후보가 "한국당으로 모시고 오겠다"며 범보수진영의 일원으로 끌어안겠다는 언급을 지속해 연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종인 후보는 "나와 별개의 생각"이라며 일단 선을 그으면서, "(문·안) 양강 구도가 어느 정도 정착이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한 상태다.
새로운 변수가 없는 한 문·안 양강 구도가 지속되면서 범보수진영 연대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강에 성공한 안 후보가 바른정당 등과의 연대를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성국 정치 평론가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바른정당에서는 (연대를) 하고싶겠지만 안 후보 쪽은 '국민에 의한 연대'라고 얘기해오고 있다"며 "정치공학적 연대이므로 안 후보 생각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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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사진=각 후보 공식사이트 |
또한 "안 후보 머릿속에는 보수 유권자들에게 직접 호소해 자기를 지지하게 만들고, 지지기반을 더 넓히고 규합하는 것만 있다"며 "특정 후보와 연대하는 건 전혀 계산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문안 양강구도가 무너질) 가능성이 거의 없고, 홍·유 후보 간에도 단일화가 안 될 것이다. 보수 후보가 10% 이상 치고 올라올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지르는 상황이 올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홍 후보가 이르면 일주일 내 한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는지가 범보수 연대와 대선 분위기 반전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유 후보를 압도한다면 보수우파 대표 후보로 인정받고, '문·안 구도가 정착됐다'는 김 후보의 전망과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투표 결과 15% 이상의 지지율이 나오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어, 집권 가능성은 차치하고 단일화 유인이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홍 후보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나타낼 경우 범보수진영의 이합집산은 빨라질 수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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