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 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찬성하는 듯한 입장으로 선회한 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이 '안보 대선' 자신감을 갖고 맹공에 나섰다.
두 유력 후보는 최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미군의 사드 1개 포대 도입을 '국가적 의제'로 비화시키면서도 입장을 줄곧 바꿔왔다. 대선을 한달도 안 남긴 시점 미·중 정상회담과 맞물려 북한 선제타격 가능성 등이 거론되자, 사실상 보수진영의 기조를 따라오면서 반대 명분이 크게 퇴색됐다.
이에 홍준표 후보와 한국당 차원에서 "무책임하고 불안한 안보관"이라며 두 후보를 좌파로 거듭 규정하는 한편, 구 여야가 대립해온 여타 안보 이슈까지 전면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설령 사드 입장을 확실히 바꿨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이 사드를 놓고 벌인 '말바꾸기 논란'을 되짚어보자. 앞서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 7월 사드배치에 대해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8월 "최후의 수단이지 최선이 아니다"고,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인 10월에도 "배치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하자"고,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결정권을 다음 정부로 넘겨달라"고 밝히는 등 반대를 지속해왔다.
다만 올해 1월 "(한미 합의를)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후퇴했고, 4월 들어 사드가 "방어 목적 무기"이며 그 배치 또한 "주권적 결정"이라는 보수측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수준에 그쳐 확언을 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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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사진=각 후보 공식사이트 |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7월10일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에 대해 가장 먼저 성명을 내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사드 성능과 레이더 전자파 위해 의혹을 제기하면서 전면 반대했다.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의 비준과 국민투표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9월 5차 핵실험 직후에는 사드 배치를 "자위적 조치"라고 언급, "북한 제재에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라고 발을 물렀다. 12월말과 올해 2월에는 한미 양국 정부간 협약, 합의를 뒤집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2월 하순 사드 반대 당론 재검토 움직임까지 일었으나 박지원 대표의 강한 반대로 꺾지 못했다. 3월에는 "사드를 빨리 기정사실화 하자"고, 이달 초에는 "사드 배치를 제대로 해야한다"며 당론 변경 설득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박지원 대표가 지난 11일 '당론 변경을 검토해 본다'는 모호한 입장으로 양보했지만 아직까지 13일까지도 당론 결정을 위한 의원총회 등 실질적인 조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홍 후보는 전날(12일) 문·안 후보를 겨냥 "국민 생명이 걸린 정책을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왜 그렇게 극렬히 반대해 국론분열에 이르게 했는지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이 표심만 노리고 국가 대사를 손바닥 뒤엎듯 말한다"고 직격했다.
같은날 한국당 수도권 선거대책위 회의에서는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이 문 후보를 겨냥, 사드 반대 '즉시 철회'와 함께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대북 결재' 의혹 ▲개성공단 2천만평 확대와 금강산 관광 재개 발언 ▲2007년 남북정상회담 중 서해 NLL포기 타진 ▲북한인권 외면 ▲5년간의 천안함 폭침 불인정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안 후보에게는 ▲제주해군기지 사실상 반대 이력 ▲3월8일 '박근혜 적폐 사드 철회' 플래카드 기념촬영 ▲박지원·정동영 의원 등 대북유화론자의 당내 실력 등을 거론하며 "어설픈 보수 코스프레는 곧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제1군사령관 출신이자 천안함 폭침 조사단장을 맡았던 박정이 선대위원장은 구 야권을 겨냥 ▲비협조에 따른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이력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미 전술핵 재배치 반대 등 또다른 의제를 거론, 가세했다.
회의에서는 문 후보를 '페이크(가짜) 안보' 후보로 규정하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당은 공개회의 비판에 그치지 않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사드 관련 '문재인-안철수 후보 규탄결의대회'를 갖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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