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서민 대통령'을 표방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는 28일 불우했던 가정사를 소개하면서 "가난은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지친 몸과 아픈 시간으로 기억하는 것"이라며 서민 중심 정책 공약을 국민들에게 피력했다.
홍준표 후보는 이날 밤 KBS에서 방영된 두 번째 대선후보 방송 연설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서민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아는 서민 대통령만이 서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저는 참 어렵게 자랐다"며 "아버지가 짐 싸라 한마디 하시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이삿짐을 싸야 했다. 그렇게 경남에서 대구로, 다시 경남으로, 울산으로 먹고 살기 위해 유랑민처럼 떠돌아다녔다. 가난은 저희 가족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소회했다.
그는 "제 아버지는 무학이셨다. 학교를 가보지 못했다. 돈 버는데는 재주가 없었다"며 "가족들 먹여 살리는 일은 어머니 몫이었다. 어머니는 문맹이셨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묵묵히 일만 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였다. 달비장수를 나가면 며칠을 굶고 돌아오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어진 연설에 따르면 홍 후보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해 여름 홍수로 집과 땅콩밭이 침수됐다. 대부분의 가산을 잃은 가운데 장학금을 주는 대구의 중학교로 진학했고, '수돗물로 배를 채우는' 가난에 시달리며 공부한 끝에 육군사관학교 특차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부친이 비료 횡령 누명을 쓰고 경찰서에 끌려갔다 온 경험을 한 뒤로, 검사가 되기로 결심해 대입시험을 다시 준비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시절에도 끊임없는 생활고에 시달린 경험을 들며 홍 후보는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었고 지독한 가난과의 전쟁이었던 유년과 학창시절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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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 대통령'을 표방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가 28일 밤 KBS에서 방영된 두 번째 대선후보 방송 연설을 진행했다./사진=KBS 방송 캡처 |
홍 후보는 "저는 가난했지만 꿈이 있었다. 꿈이 밥이고, 꿈이 목숨이었다"며 "지금 우리 청년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꿈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다. 청년과 서민이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자신이 '모래시계 검사'로 부각된 계기인 슬롯머신 사건 전후로 한직을 떠돌던 검사 생활, 초선 국회의원에 당선된 2주일 후 어머니가 돌아가신 사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진 것 없고 힘 없는 사람들, 평생 일만 하고 고생만 하신 제 어머니같은 분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제 인생 마지막 꿈"이라고 피력했다.
홍 후보는 경남지사 시절 도에서 실시한 '서민자녀 교육지원 4단계 사업'을 소개했다. "서민 자녀들에게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책을 사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했고, 대학에 들어갈 땐 1인당 300만원의 장학금을 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서울에는 서민자녀 대학생을 위한 최신시설의 기숙사를 짓고 있다. 내년부터 돈 걱정 안 하고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된다"며 "기업 트랙을 만들어서 서민자녀들이 우선적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이에 따라 "경남에서 완성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대한민국의 희망사다리를 놓겠다"며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존치를 약속했다. "사시·행시 폐지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통로를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담뱃값, 내리겠다.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인상했지만 판매량은 인상 전 수준으로 다시 늘었다"며 "결국 서민들만 더 힘들어졌다. 반대하는 분들도 많을 줄 알지만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정책은 바로잡겠다"고 역설했다. 다만 "담뱃값은 내리고 비흡연자들의 건강추구권 보호를 위해서는 정부가 더욱 투자하겠다"고 밝혀뒀다.
또한 "2000cc 이하 전 차종에 대해 유류세를 절반으로 내리겠다"며 "국제유가가 내려도 국내 기름값은 그대로고, 세금이 60%나 차지한다. 원유값이 내려도 세금은 정액(定額)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서민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홍 후보는 또 "묻지마 복지는 하지 않겠다. 서민 중심 복지로 바꾸겠다"며 "복지의 결과는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주는가가 아니라, 얼마만큼 격차를 해소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자신의 철학을 드러냈다.
그는 "보편적 복지란 이름으로 똑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건 공산주의식 배급"이라며 "더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한다. 기업에는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는 게 진정한 복지"라고 지론을 폈다.
홍 후보는 "무학의 아버지, 문맹의 어머니가 제게 남겨주신 유산은 꿈이었다"며 "가진 자들이 좀 더 양보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 한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꿈. 그게 제가 받은 유일한 유산이자 제 인생 마지막 꿈"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일당 800원 받던 임시직 야간경비원의 아들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게 민주주의다. 자식들 먹이느라 고리사채에 머리채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걸 여러분이 한번 보여달라"며 "홍준표가 대한민국 서민의 꿈을 한번 이뤄보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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