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전 대통령 화가데뷔..MB 등 세계정상 초상화 화제

 
푸틴은 차갑고 달라이 라마는 성스럽고 장쩌민은 음울하다.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갤러리가 댈라스의 부시 대통령기념관에서 개막된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5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회는 ‘세계정상들의 초상화 : 대통령의 개인 외교’라는 타이틀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직접 그린 25점 이상의 작품들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 초상화 등 4개 초상화를 웹사이트 톱으로 올려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히스토리 채널이 제작한 소개영상에서 “재임시절 많은 시간 개인적 외교를 통해 세계 지도자들과 사귀는 노력을 기울였다. 정상들과 가족과 대화하며 알게 된 그들을 그리는 일이 즐겁다”고 밝혔다. 
 
 부시가 그린 초상화는 대부분 친구가 된 정상들이다. 가장 친한 것으로 알려진 토니 블레어 전 영국수상을 비롯, 그레이스 랜드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수상,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 존 하워드 호주수상,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 라이베리아의 엘렌 존슨 설리프 대통령 등이다.
 
 부시가 존경하는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있다. 그는 달라이 라마를 “최대한 부드럽게 그렸다”고 소개했다.
 
 초상화 중에는 복잡미묘한 관계의 정상들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르자이 대통령과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탈리아의 실비로 베를루스코니 전 대통령,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대통령,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 이라크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 등이다.
 
 타임스는 “물론 그 속에는 크레믈린의 친구이자 적(frenemy)인 푸틴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밖에 부시의 자화상과 올해 만 89세인 아버지 부시를 그린 것도 있다. 
 
 부시가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2년전 예일대 역사가 존 루이스 개디스가 윈스턴 처칠의 에세이 ‘취미로 그림그리기’를 읽을 것을 권한뒤부터다. 그는 부인 로라의 친구인 댈라스의 아티스트 파멜라 넬슨의 추천으로 유명 화가 게일 노플리트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처음엔 애완동물들을 그렸고 투나잇 쇼의 제이 레노를 통해 초상화 데뷔를 했다. 세계 정상들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다. 그는 하루 서너시간 이젤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물론 부시가 그림을 그린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은 아니다. 18대 율리시즈 그랜트는 웨스트포인트 시절부터 그림을 공부했고 풍경화와 서양화를 남겼다. 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인생의 후반을 그림으로 소일했다. 39대 지미 카터는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는데 2012년 자선경매에서 25만 달러의 판매수익을 얻기도 했다.
 
 물론 아마추어 화가 부시의 그림은 예술적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세계정상들의 특징과 그들에 대한 인상을 나름대로 잘 살려서 표현했다. 가령 블레어 전 영국총리는 진지하고 단호한 이미지로, 달라이 라마는 부드럽고 성스럽게, 푸틴은 차갑고 냉정하게, 스테픈 하퍼 전 캐나다총리는 명랑쾌활한 이미지이다.
 
 부시의 새로운 벤처사업(?)이 주목을 받는 것은 대상이 세계 정상들이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이 자신이 만난 세계 정상들을 직접 그린 초상화라는 희소성은 그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NBC 기자이기도 한 부시의 딸 제나 부시 헤거는 최근 부모와 인터뷰를 가졌다. 부시가 부인 로라의 초상화도 그렸다는 것을 듣고 아버지에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 얻은 게 있나요?” 
 
 “있고말고. 마누라 그림은 절대 그려선 안 된다는 거야.”
 
 부시 전대통령은 자신의 새로운 일에 대해 ‘늙은 개도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할 수 있는한 계속 그림을 그리겠다. 무덤에 들어갈 때 내 마지막 작품의 색상이 어떤게 될지 궁금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