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롯데마트 양평점에 '엔제리너스' 대신 '폴바셋' 입점, 소공동 롯데백화점에도 철수...맛과 품질 등 고민해야
   
▲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1층에 입점한 폴바셋 매장./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지난달 27일 롯데마트는 서울 양평동에 '도심 속 쉼터'를 표방한 새로운 공간 컨셉의 대형마트를 선보였습니다. 롯데마트 양평점에서 한 블록만 지나면 코스트코가 있고 반경 3km 안팎에 대형마트만 10여개가 성업 중이라니 가격 경쟁으로는 기존 점과 차별화 및 우위를 선점 할 수 없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롯데마트는 매장 1층을 제품 판매 공간이 아닌 고객의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치유', '힐링' 등의 개념이 대형마트에도 적용된 것이죠.

'어반 포레스트'라고 이름 붙인 1층 공간에는 피아노도 있고 오픈형 테라스, 드넓은 계단형 좌석이 있어 누구나 자유롭게 이 공간에 쉬었다 갈수 있도록 했습니다. 거기에 1층에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핫한 외식 매장들도 함께 입점했습니다. 그런데 이 매장들 중에는 커피전문점인 '폴바셋'이 입점했습니다. 양평점을 둘러보고 가장 의아하게 느껴진 곳이기도 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폴바셋'은 매일유업 계열사인 엠즈씨드에서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죠. 한때 신세계를 통해 많이 성장했죠. 그런데 롯데 계열에 커피전문점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롯데리아의 '엔제리너스'라고 있습니다.

롯데마트가 왜 계열사에 커피전문점인 '엔제리너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폴바셋'을 입점 시켰는지 궁금했습니다. 롯데마트 매장혁신부문의 신주백 상무에서 물었더니 "요즘 가장 핫한 커피전문점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단지 핫해서 계열사 커피전문점을 놔두고 전혀 다른 회사의 커피전문점을 입점 시켰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롯데가 롯데리아 및 계열사 밀어주기를 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 명동에 오픈한 L7호텔과 롯데시티호텔 내에는 롯데리아의 '빌라드샬롯'이 입점해 호텔 내 레스토랑 역할을 하고 있죠. 여느 호텔들이 레스토랑을 직영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입니다. 롯데마트 양평점에도 롯데제과의 '빠뮤(PAMU)'라는 베이커리가 입점해 '계열사 밀어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제리너스는 유독 롯데 계열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롯데 계열 점포 중 엔제리너스가 입점하지 못한 경우는 또 있죠. 롯데백화점 본점 14층에는 지난해까지 엔제리너스가 입점해 성업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본점 14층이 리뉴얼 공사를 하면서 엔제리너스는 철수했습니다. 그렇다고 리뉴얼 이후에 다시 오픈한 것도 아닙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국내 백화점 중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곳이라 엔제리너스로서는 다시 입점하고 싶었을 겁니다. 대신 롯데백화점 지하와 2층에는 폴바셋 매장이 2개나 있고 4층에는 '콘트란 쉐리에'라는 베이커리 및 커피전문점이 들어와 있습니다. 

서울 소공동 주변에는 롯데그룹 임직원들 대부분이 모여 있어 엔제리너스 매장이 있을 법 한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롯데 영플라자 옆에는 스타벅스가 있고 소공동 한국빌딩 1층에는 커피빈이 입점해 있을 뿐입니다. 롯데 직원들은 신세계 계열의 스타벅스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커피를 마십니다. 

왜 유독 엔제리너스가 롯데 직원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는 것일까요. '외면'이라고 표현한 것이 '일반화의 오류' 일 수도 있을까요. 

최근 롯데리아 홍보팀에 엔제리너스가 철수하느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롯데 직원들에게 "엔제리너스는 직원 할인해줘도 가기 싫다"는 말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었겠지만 무심코 넘길 말도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스타벅스가 신세계그룹 유통 채널과 시너지를 내는 것과 매우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신세계 계열에서는 스타벅스 음료권 이벤트만 해도 고객들이 줄을 서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엔제리너스의 매장은 2014년 927개에서 2015년 891개로 줄었습니다. 임대료 부담이 큰 서울에서는 2014년 153개에서 129개로 줄었습니다. 직영점과 가맹점 모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스타벅스가 직영점 중심으로 1000호점을 넘어서고 매출 1조원을 넘어선 것과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에서 엔제리너스 대신 폴바셋을 입점 시키고 롯데 직원들조차 엔제리너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구의 탓도 아닐 것입니다. 커피의 맛과 품질, 서비스와 마케팅 등 엔제리너스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롯데마트 서울양평점 1층 공간./사진=미디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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