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文과 상의' 오거돈 녹취공개…정우택 "조직확대, 해수부 숙원사업"
文측 "압력아닌 올바른 지적에 삭제, SBS 추가해명해야…가짜뉴스 그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 시기를 대선 국면에 맞춰 지연시킨 대가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으로부터 부처 확대 등을 약속받았다는 정황을 담은 SBS 보도가 문재인 후보 측의 항의 직후 삭제된 데 대해 3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파상공세를 벌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SBS 보도 및 삭제 파문과 관련, 문 후보를 겨냥 "벌써부터 언론에 보복하고 기사 삭제를 강요하시나"라며 "벌써 진실을 감추고 반대자에 대한 보복과 언론 통제로 맞서려 한다면 나중엔 어떨지 끔찍하다. 지금은 진실을 삭제하려 할 때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우리 아이들 앞에 사죄해야 할 때"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지원 위원장은 또 "진짜로 세월호 인양 시기를 문 후보 맞춤용으로 조정했다면 문 후보는 대선후보는 커녕 아버지의 자격도 없다"며 "감추려하지 말라.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 국민의당 대표로서 제19대 대선 상임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사진=연합뉴스


한국당에서는 이철우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오전 여의도 당사 브리핑을 통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지난 4월14일 한 언론에서는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 중 때 아닌 2차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며 "비공식 TF팀을 구성해 2차관을 신설하고 해양과 수산을 분리하는 조직 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세월호 인양이 한창인 때에 해수부의 이런 움직임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고 가세했다.

그는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SBS 보도를 보니 앞뒤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다"며 "대선 전 세월호 인양을 문 후보에게 상납하고 조직 확대를 하사받기로 한 해수부가 대선이 끝나자 마자 밀약의 과실을 거두려고 사전 준비를 하고 있던 게 아니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선대위 박광온 공보단장은 "그 기사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올바른 지적을 했고 SBS가 그 지적을 받아들여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것"이라며 "마치 우리 당이 압력을 넣어서 기사를 삭제했다고 왜곡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한 "SBS가 '해수부가 정권교체기에 조직 확대를 시도하는 잘못된 행태를 비판하려는 것이었다'고 해명한 것에도 문제가 있다"며 "거론된 인사인 문 후보나 관련된 사람, 선대위의 반론이 실려있지 않다"면서 "문 후보가 관련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에 대해 SBS가 명확하게 해명보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월호 변호사'로 이름이 알려진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인양 지연에 관한 논란은 수중 수색이 종료된 2014년 11월14일부터 있어왔다"며 "어떻게 해수부 공무원들이 3년 전부터 이번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또 문 후보가 유력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인양을 지연해왔다는 것이냐"라면서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기사"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17일 문 후보 측 오거돈 부산 상임선대위원장이 '차기정부의 해양수산기후부 신설과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정책토론회'에서 "후보와도 몇 번 대화했고 중앙위 정책팀에서 움직이는 걸 볼 때 해수부 기능을 획기적으로 보강하겠다고 몇 번에 걸쳐 약속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수산 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 진행 단계인 것으로 안다"고 발언한 영상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문 후보는 후보와 상의해서 말했다는 오거돈 위원장의 이 발언 또한 가짜뉴스라고 종주먹을 들이댈 것이냐"라며 "거짓으로 진실을 덮을 수 없음을 경고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국당에서도 재차 해수부 장관을 역임한 경력이 있는 정우택 상임선대위원장이 나서 문 후보 측 압박에 들어갔다. 

정우택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SBS 보도및 삭제 파문을 '문 후보의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밀거래 및 언론탄압 의혹'으로 규정,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언론 탄압이자 정치공작 의혹"이라며 "이 충격적 보도가 사실이라면 문 후보는 당장 오늘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위원장은 "저 자신이 해수부 장관 출신으로서 어제 SBS 방송에 익명 제보한 해수부 공무원의 고백이 얼마나 심각한 부처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지 경험으로 알 수 있다. 해수부는 조직 확대와 해양-수산의 분리가 숙원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권교체기에는 부처 전체가 사활을 걸 정도"라며 "해당 공무원이 세월호 인양 지연에 대해 '솔직히 말해서 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문 후보 측이 해수부에 수산분야 2차관 신설과 해경 편입을 약속했다고 증언한 건 해수부 숙원사업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문 후보의 집권 후 해수부 조직 확대 등을 약속하는 밀거래를 뒷받침하기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SBS의 '해양수산부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및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의 연루 의혹 보도 삭제 파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에서 해수부 장관을 역임했던 오거돈 민주당 부산선대위원장은 '해경의 해수부 복귀, 2차관 신설' 등에 대해 이미 매우 자신있게 공약하기도 했다"며 "지난 4월에는 해수부가 비공식 TF를 구성해 2차관직을 신설하고 해양과 수산을 분리하는 조직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까지도 있었다"고 근거를 들었다.

정 위원장은 "문 후보는 지난 3년 동안 세월호 문제를 정치에 이용해 왔다"며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미 밝혀진 사고 원인은 외면하면서 광화문에 가서 농성했다. 입만 열면 '진실을 밝혀라, 세월호를 추모한다'고 하던 문 후보가 세월호 인양 시기를 놓고 해수부와 정치적 거래를 했다면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패륜"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의혹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와 검찰 고발 등 조치를 취하는 한편 당 대변인단과 공보단,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들을 중심으로 SBS를 방문해 경영진을 면담할 것이라며 "언론 관계자들도 언론자유수호 측면에서 이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적극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 유은혜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SBS 보도가 단순한 오보라고 보지 않는다. 국민의당과 한국당이 사전에 치밀하게 공동 기획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양당이 오 위원장의 발언 일부를 왜곡해 똑같은 추정과 가설을 하고 있는 게 우연인가"라고 반문했다. "양당은 SNS 상에서 벌이고 있는 가짜뉴스 유포 합동 작전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한국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들의 반응은 상이했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하면 철저히 조사해 응징할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전북 새만금 33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제가 답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말을 아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