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책임지는 사람도 미래 논의도 없어"…鄭 "6월전대 어렵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이 16일 제19대 대선 이후 첫 개최한 의원총회에서는 구(舊) 친박계를 중심으로 현 비상·원내지도부가 교체돼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같은 교체론을 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총을 열고 바른정당을 탈당해 재입당한 의원들도 함께 자리한 가운데 당의 향후 진로를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현 지도부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새 지도부를 조속히 선출하자는 의견과, 시간을 갖고 7~8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갈렸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의총 도중 나와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제가 잘못됐다.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보수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으로서 미래 비전의 담론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끝나 국가 운영 시스템이 바뀌고, 국회도 여야가 바뀐 만큼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선 패배의) 책임 차원이 아니다"고 선을 그어뒀다.

친박 실세로 지목돼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해제된 윤상현 의원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해 지도부가 총사퇴해야하는게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과 조금 기다리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 자유한국당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19대 대선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연 가운데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공개 진행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투쟁을 주도한 이래 대선 경선 2위 후보로까지 부상한 김진태 의원은 "우리 당은 패배 이후 책임지는 분이 거의 없다"며 보다 강력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진태 의원은 입장문을 내 "(홍준표) 후보는 어떻게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당을 복원한 것에 만족한다'고 할 수가 있나.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지도력을 발휘했나. 역대 가장 큰 표차로 지고도 이게 진 사람들의 모습인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들을 겨냥해서도 "아무런 반성이나 유감 표명이 없다. 이게 과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일인가.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벌써 '보수 불태우기'가 시작됐는데 강력한 야당이 돼 살아남아야 한다"면서도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작년 여름 유승민 (전 원내대표) 복당시킬 때도 의총 한번 없이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통과시켜 화를 불렀다"며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지도부 교체론 제기는 그 규모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매체에 따르면 복수의 의총 참여자들은 "14명의 (비공개) 발언자 가운데 교체론은 3~4명에 그쳤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도 의총 직후 "큰 반향은 아니다. 한 두 사람이 이야기 한 것으로, 선거 끝나면 대개 나오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지금 전당대회를 빨리 하면 좋겠다는 뜻이 많이 담긴 것 아닌가"라며 "6월 임시국회가 있는데, 그중에 전대를 열기는 어렵다. 7월 개최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처럼 원내지도부 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서는 "다른 당은 임기가 끝나서 원내대표 선거를 한 것이고, 바른정당과 우리 당은 임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바로잡았다"고 덧붙였다.

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원내대표를) 그만두고 당권에 도전해야 하는 건지 개인적인 생각은 할 수 있지만, 대외적으로 당권 도전 운운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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