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다자 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4일 막을 내린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번 회의 기간 아태 지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한 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 마지막 날인 이날 뉴질랜드, 필리핀 국방장관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2∼3일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미국, 일본 국방장관과 각각 양자회담을 했다. 미국, 일본 국방장관들과 함께 3자 회담도 했다.
한 장관은 이들 국가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대북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과거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한 한국 국방부 장관은 중국 대표와도 양자회담을 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한중 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양측은 일정을 조율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아시아안보회의에 쑨젠궈(孫建國) 부총참모장(상장)을 파견했던 중국은 이번에는 격이 낮은 군사과학원 부원장을 대표로 보냈다.
올해 회의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중요 이슈로 떠올라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음을 실감하게 했다.
북한은 작년까지 5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기술을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에는 중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토대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이 이번 회의에 파견한 대표단의 격을 낮춘 것도 미중 양국이 갈등하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의제 순서상 북한 핵·미사일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 주제발표에서 아태 지역의 가장 큰 위협으로 북한 핵·미사일을 꼽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본회의와 비공개 특별세션에서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관심은 한반도와 그 주변국들을 넘어섰다.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3일 주제발표에서 지난 2월 자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을 거론하며 "(과거에는) 말레이시아 국민 가운데 누구도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 아시아안보회의에 여러 번 참석했지만, 이번처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