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진정한 보수의 가치, 솔직히 그런 게 없었지 않나. 이론으로 가르친 적도 몸으로 보여준 적도 없다", "결기를 갖고 쓴소리를 하는 젊은이들이 없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17년 지났는데 인재가 집단적으로 발탁됐다는 얘기가 있나"
자유한국당 제19대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신용한(48)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현 서원대 석좌교수)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 출마를 직접 타진하면서 이처럼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용한 전 청년위원장은 지난 5일 미디어펜 기자와 만나 '최순실 사태' 이후 침체 일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당의 문제점과 자신이 생각하는 쇄신 방향을 약 2시간에 걸쳐 설파했다.
그는 "당대표로 할지 최고위원으로 출마할지는 아직 못 정했다"면서도 당대표 출마에 무게를 두고 주변으로부터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마를 확정한다면 내주 주말쯤 후보 등록과 함께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위원장은 한국당이 정당으로서 국민 생활에 직접 녹아드는 '생활정치', 보수정당으로서 지녀야 할 '가치적 결합'과 '책임정치'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짚었다.
그는 "제 스스로 철학이, 생활 자체가 정치가 되면 참 좋겠다. 인위적으로 정치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어울리는 그 자체"라며 "이런 게 사실 범보수라는 데에서 못 했던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비지니스 필드에서 인정받는 최고경영자(CEO)로 일해왔고 전문가로서 (청년위원장에) 발탁돼서 박수 받고 일했고, 사퇴하던 날에는 직원들도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발탁된 것도 제가 12년 전부터 제 사재를 털어 청년 일자리를 위한 취업·창업 멘토링 등을 해온 것들이 기반이 됐다"고 피력했다.
꾸준한 멘토링으로 287명에 달하는 청년·청소년들과의 연대를 형성해온 이력도 언급했다. 다만 "여의도에서는 그런 걸 인정 안 하더라. '배지(국회의원)'가 최고더라"라고 정치 현실에서 느낀 한계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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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제19대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신용한(48)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현 서원대 석좌교수)이 지난 5일 미디어펜 기자와 만나 '최순실 사태' 이후 침체 일로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당의 문제점과 자신이 생각하는 쇄신 방향을 약 2시간에 걸쳐 설파했다. |
신 전 위원장은 "제가 기존 정치를 해 온 것도 아니고, 정당 생활을 해 본 적도 없다"면서도 "평당원에 불과하지만 지난 대선에 나온 이유는 누군가는 분명한 보수 원류의 품격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켜야만 한다는 것"이라며 "프라이빗 섹터에서 CEO인 저를 퍼블릭(공직)으로 부른 건 보수 정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의 가치, 사실 잘 모른다. 몰라서 모른다는 게 아니라 여기(한국당에) 계신 분들이 보수 가치를 보여준 적이 있나. 진정한 보수의 가치, 솔직히 그런 게 없었지 않나. 이론으로 가르친 적도 몸으로 보여준 적도 없다"고 기성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보수가 무너지는데 1번(요인)이 가치적 결합이 안 돼서다. 가치가 빠지고 줄세우기와 계파만 남은 것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고 있는 것"이라며 "필요할 때 이미 성공한 분들을 데려다 쓰는 식이다. 초선 의원 중 결기가 강한 '인파이터'들이 예전에는 많았지만, 지금은 청와대 수석, 장·차관 출신들이다. 결기가 없진 않겠지만 젊은 사람들처럼 야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죽하면 저보다 어린 지역구 의원이 김성원 의원 딱 1명"이라며 "유사 이래 이렇게까지 국회의원이 평균연령의 고령화를 떠나 40대 이하가 이렇게 없었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이게 당이 망가지는 데 또 하나가 된 것이다. 결기를 갖고 쓴소리하는 젊은이들이 없이, 참 다 좋게말하면 점잖은 분들(만 있다)"고 비판을 거듭했다.
신 전 위원장은 '보수 가치'에 대해서는 "대표적으로 교과서적으로 보고 배우고 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있다. 당연히 따라붙는 단어가 책임이고, 부끄러울 줄 아는 게 내재된 단어"라며 "지난 탄핵부터 지금 대선 이후까지 누가 책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라고 반문했다.
또한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이 단어(보수)는 너무나 매력이 없다. 그래서 보수에서 나온 게 '보수를 보수하라'였다. 기존 진보보다도 먼저 틀을 깨고 개혁하면서 진화해 온 것"이라며 "마거릿 대처가 18년 집권할 때 진보 진영에서 난리가 나 토니 블레어를 내세워 13년 집권했다. 그때 (보수당에서) 41살의 캐머런을 발탁해서 깨고 나왔지 않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도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있지만 클린턴과 오바마가 각각 47세, 48세에 (대통령이) 되는, 끊임없이 먼저 깨고 나간 과정들이 있다. 레이건도 보수 공화당에서 깨고 나온 게 있었다"며 "그런데 한국당은 헤드(지도자급)들이 당신들 입으로 세대교체를 이야기하는 걸 보셨나. 이 정도면 나올 법도 한데 안 나왔다"고 '젊은 피 수혈'의 당위성을 적극 설파했다.
그는 특히 "최근 한국당 내 옛날 '민본 21'이나 '미래연대'와 같은 스터디그룹을 하면서 개혁과 가치철학에 대한 논쟁도 없지 않았는가"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대학교 운동권 시절부터 끊임없이 토론과 가치적 연대를 가져왔다. 그들도 계파와 파벌이 많지만, 우리는 항상 본질을 놓치게 되고 '좋은 자리에 줄서기 등' 현상만 남게 됐다"며 "'2인자 트라우마'니 뭐니 얘기하면서 사람을 키우지 않았다"고 '후임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전 위원장은 "배지 분들이 청년들의 스터디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공부할 대상은) 옛날 사상가로 본다면 에드먼드 버크다. 버크를 이해해야 신자유주의와 공리주의를 양편에서 볼 수 있다"면서 "또 하나, 역으로 칼 마르크스를 반드시 봐야 한다. 막스 베버와 독일의 하버마스 등 상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에 대한 논의가 의미없다"고 강조했다.
당권에 도전한다면 가장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표방한 '신보수주의'에 대해서는 "1980년대 레이건이 집권하면서 미국에 광풍으로 몰아친 '네오 컨서버티즘'에 상당히 유사하다"면서도 "안보 강화, 경제는 서민과 부자를 분리해 정책 정립하는 것, 보편적-선택적 복지 그 논쟁을 하는 사람은 (지금) 별로 없다"며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보수가 재벌을, 진보가 서민을 옹호한다는 게 아니라 공생 공존 공유의 시대다. 상생의 가치를 중시하는 게 보수의 가치철학에서도 중요하다"며 "(사회는) 완벽히 개인화돼있다. 이에 상응해 전체의 행복과 공생 공존의 가치를 가져가기 위해 앞으로 뛰어갈 부분이 무엇이냐는 치열한 논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사태' 이후 당의 재기와 외연확장 방안에 대해서는 "20대 청년에게도 초유고 70대 어르신도 초유의 사태인데, 우리끼리 해결사로 거론된 분들을 보면 김종인·손학규 등이었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어차피 초유의 사태일 땐 기존 경험이나 경륜, 노하우가 무의미해 완전히 파격적인 솔루션을 낼 때도 있다. 20대는 너무 어리다 싶지만 (유럽처럼) 30대나 40대 초반을 거론하는 것을 봤나"라고 세대교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흔히 융합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어디로 갈 지모르는 '노마드(유목민) 시대'이다. 이 시대는 우리가 앞길을 열 수 있다. 초유의 사태 때 거론되는 분들이 (해답을) 낼 수 있는 게 아닐 수 있다"며 "그렇게 (미성숙이) 불안하면 프랑스에서 마크롱을 어떻게 대통령을 뽑았겠나.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두달 전 그만뒀지만 1975년생이다. 캐나다의 튀르도 지스탱 총리는 71년생이다. 그리스도 다 망한 줄 알지만 우리보다 GDP가 높은데, 치프라스 총리도 74년생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43살에, 캐머런은 42살에 집권했다. 대체로 후진국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 변화 속도가 빠른데, 전장의 맨 앞에 서는 사람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며 "정치든 경제든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고, 결과물을 보고 피드백하는 과정이 열매를 다 따먹고 기득권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면 안 된다. 어르신들은 결과물 피드백 과정에서 자문해줄 수도 있다. 전쟁터에 나가 칼을 들고 싸우는 집행은 젊은사람이 해 보라고 하니 클린턴도 오바마도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왜 기득권을 가진 어른들이 다 해야만 하느냐. 이런 도그마에 다들 빠져있었다. 한국당과 대한민국의 도그마가 아니었느냐"라며 "한나라당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 16대 국회 때 (소장파) 남경필·원희룡·정병국·오세훈·나경원·이혜훈·조윤선 등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17년 지났는데 인재가 집단적으로 발탁됐다는 말이 있나"라고 반문을 거듭했다.
진보좌파진영에 소위 '86 운동권 그룹'이 있어 지금의 문재인 정부 요직으로 활약하는 것, 2000년 전후로 한나라당이 신진 인사를 대거 발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후임 양성을 통한 '그룹 파워'가 한국당에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 전 위원장은 "이 시대의 변화를 좇을 수 있는 리더 그룹이 없고, 누구라도 뉴 리더 그룹을 만들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저라도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중앙당이 깨어나고 스스로 변화 주체가 되고, 정계개편의 주체로 떠오른다면 국민이 경쟁력에 공감할 것"이라고 당권 도전 의지를 거듭 시사했다.
지금의 '정우택 비상 지도부'가 표방하는 '강한 야당'이든, 내년 지방선거의 승리든 이번 전당대회에서 파격적 지도부가 출현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한다면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도 폈다.
한 차례 '그룹 파워'를 강조했던 그는 "저는 정치적 브랜드가 없는데, 브랜드가 있는 40대 젊은 사람들이 같이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가 후보 등록 이전까지 정치권 안팎의 응원세력을 얼마나 결집할지가 출마 결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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