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차인 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여야 위원들은 참고인 출석 여부와 자료제출 문제를 놓고 회의 파행을 겪었다.
야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김이수 후보자의 구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관련 논거자료와, 소수의견을 낸 19건의 재판기록, 특정업무 경비 내역·업무추진비 내역 등의 자료제출과 재판관 재직 당시 실무진으로 일하던 박대규·김소연 헌재 연구관에 대한 참고인 출석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두 연구관이 이날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등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한국당에서는 소장 권한대행인 김 후보자 휘하 직원인 이들이 출석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출석하고 통진당 해산 재판기록이 제출될 때까지 정회를 해야한다고 요구한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참고인 출석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반발했다.
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주 질의 시작을 미루고 자료제출과 기 합의된 증·참고인의 출석 요구, 의사진행발언 등을 지속하며 항의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전 10시보다 30분 늦게 개의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45분정도 더 지연된 끝에 간사간 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40여분간 정회된 끝에 속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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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맨 앞줄)가 인사청문회 둘째날인 8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는 현재소장을 대리하고 있는데 권한대행은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고 돼 있다"며 "소속 공무원을 권한 내에서 출석하라고 해야 하는데 '오지 못한다'는 것은 국회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곽상도 의원도 "후보자가 검증을 받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휘하 연구관들을 출석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청문회를 정회해서 출석 여부와 재판기록이 제출되고 난 뒤 속개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제가 어제 19건 민주당 편향적 재판 사례 있다고 얘기했고 통진당 판결과 관련해 소수의견을 내게 된 근거를 제출해달라고 하니 안 했다"며 "직접 좀 제출받아야 그 기록 속에서 소수 의견을 낸 것이 일방을 따라간 건지 경륜으로 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겠나"라고 질타했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도 "헌재소장 3대 덕목은 도덕성, 독립성, 중립성"이라며 "도덕성 관련 김 후보자의 특정업무 경비 내역, 업무 추진비 내역,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했는데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후보자가 "질문하면 답변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자료제출요구 및 이에 관한 의사진행발언은 계속됐다.
그러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참고인 출석 요구와 관련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고 참고인도 의무 출석할 법적 책임은 없다"며 "김 후보자에게 출석을 시키라고 압박을 하는데 법적 의무가 없는 행위를 하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간사인 진선미 의원도 "야당 쪽에서 참고인 불출석을 이유로 정회를 요청했는데 동의가 어렵다"며 "참고인 출석은 본인의 사유 여부에 있고 출석을 독촉하면서 청문회는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결국 여야는 간사 협의를 통해 연구관 두 명에 대해 출석을 독촉하기로 합의하고 통진당 해산 관련 재판 자료도 위원들이 제출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가 중단된 와중에는 김 후보자 임명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온 이채익 한국당 의원이 참고인 불출석 문제 등에 불만을 품고 여당 및 참고인들과 설전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이 의원은 "저는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분하고 억울하고 이것은 아니다고 생각한다"며 "피해받은 사람은 회유와 협박에 겁을 내서 못 오고, 이렇게 해서 무슨 청문회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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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질의하는 모습./사진=이채익 의원 페이스북 |
이 의원은 참고인석을 바라보면서 "(민주당이) 그토록 5·18 정신을 이야기 하면서 5·18 정신과 정면 배치되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야당할 때는 특정경비 하나로 헌재소장 후보자를 낙마시켰다. 대한민국 TV와 신문을 봐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몇%나 되나. 전부 다 어용교수, 어용 NGO단체"라고도 했다.
이날 참고인석에는 고(故) 백남기씨 딸 백도라지씨와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선태 5.18기념재단 전 상임이사, 이경환 변호사,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석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앉아있었다.
이 중 김종철 연세대 교수가 "말씀 조심하세요. 무슨 어용입니까"라고 하자 이 의원은 "김 교수를 지명해서 말한 건 아니다"고 맞받았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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