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 출석 앞서 이채익 "사죄 됐다고 생각하나" 추궁…논란 일단락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8일 과거 군 법무관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사형을 선고했던 버스기사에게 직접 사과했다.

광주고속 버스기사로 일했던 배용주씨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후보자 임명 동의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후보자와 대면했다.

배씨는 건강상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하려다가 오후 청문회를 찾았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출석한 배씨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고개를 숙였다. 배씨는 "옛날 생각이 되살아나서 굉장히 괴롭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과거 배씨는 1980년 5월 20일 밤 9시께 시민군이 탄 버스를 몰고 경찰관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1979년 군 법무관으로 입대한 김 후보자는 배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군사재판에 참여한 바 있다.
 
배씨는 사건 당일 시민군이 탄 버스를 운전하던 중 군경의 페퍼포그와 최루탄 발사로 정신을 잃었고 버스는 시동이 걸린 채로 군경 저지선으로 내달려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로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배씨는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추후 특별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고 1982년 12월 대전교도소에서 석방됐다.

   
▲ 8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왼쪽부터) 김이수 후보자는 오후 중 증인으로 청문회장을 찾은 배용주씨에게 과거 군 법무관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발생한 사상사고로 사형 선고를 내린 데 대해 사과했다./사진=국회방송 캡처


한편 김 후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4명의 경찰관이 돌아가셨고 그분들의 유족이 계신데 유족의 슬픔과 아픔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주어진 실정법이 가진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배씨의 출석에 앞서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은 "어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배용주씨라고 안 하고 계속 배용주라고 했지 않나"라며 "배용주라고 계속 얘기하는 걸 듣고 자식들이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본인은 사죄가 됐다고 생각하나"라고 질타했다.

김 후보자는 "배용주라고 했을 수도 배용주씨라고 했을 수도…"라고 말을 흐리거나, "어제 충분히 (사죄의 뜻을) 말씀드렸다"고 답변했다.

이채익 의원은 "저는 사죄의 뜻을 발견하지 못했다. 국회에서 10분 거리에 계신 분인데 37년 동안 사과 한 마디 안 하고, 또 2012년도에도 '(무죄 판결) 재심 결정을 몰랐다. 그걸 보고 내가 마음의 결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4~5년 지나서도 일체 사과 안 했지 않느냐"라며 "이번에 헌재소장으로 지명되지 않았으면 영원히 사과할 분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저는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을 마음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강압적 조치가 없었는데도 선량한 양민을 배씨 말고도 그 아녀자들, 여고생을 실정법 위반이라고 구속시켰지 않나. (실정법의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는)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후 배씨가 직접 청문회장을 찾고, 김 후보자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배씨는 '청문회에 출석하지 말라는 회유와 협박을 받았느냐'는 백승주 한국당 의원의 물음에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솔직히 저는 마음이 괴롭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