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이 제19대 대통령후보를 지낸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경선 도전자였던 원유철 전 원내대표 양자 구도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홍준표 전 지사는 지난 대선 패배 직후 휴식기를 갖는 차원에서 5월12일 차남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지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페이스북 정치'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이달 4일 귀국하면서도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언급을 남겼다.
귀국에 앞서서는 '부자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대선 슬로건을 압축한 '신(新)보수주의'를 내세워 당 쇄신을 촉구했고, '막말 프레임과' 대선 패배 등의 책임론을 제기한 일부 친박계를 향해 '바퀴벌레'에 비유하는 등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강한 야당'이 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국내 현안 관련 문재인 정권과 언론, 검찰 비판 목소리도 줄곧 내왔다. 당내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계파패권·선수우선주의 배격을 선언, 현역 중진 의원들의 당권 도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간접적으로 홍 전 지사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홍 전 지사는 최근 당권 도전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이달 12일로 시작되는 한주간 전국 시도당을 돌며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사전 선거운동' 논란을 우려해 한 주 미루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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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를 앞둔 당권 경쟁이 (왼쪽부터) 원유철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양자 구도로 압축돼가는 양상이다./사진=원유철 의원, 홍준표 전 지사 공식사이트 |
50대이자 수도권 출신 5선인 원유철 전 원내대표는 '젊은 보수'를 내걸고 홍 전 지사가 24%의 대선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거의 잡지 못한 20~40대와 수도권 민심 공략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일 홍 전 지사 귀국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공고히 하는 걸 넘어 당의 외연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외연 확장론'을 내세웠다.
다음날인 5일에는 당 리더십에 관해 "1인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주인공인 태극전사와 팀플레이를 만들어 낸 히딩크 리더십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혀 대선 국면을 독자적으로 이끌었던 홍 전 지사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범(凡)친박으로 분류돼온 원 전 원내대표에게는 전대 때마다 두드러졌던 '친박 조직표'가 쏠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 전 지사는 탄핵·대선 국면에서 '침묵 모드'였던 점을 꼬집으며 홍문종·유기준 의원과 '바퀴벌레 친박' 공방을 벌인데다, 당 혁신을 위한 주류 친박계의 2선 후퇴를 요구해온 배경이 있어서다.
또 홍 전 지사는 대선후보 직권으로 '정우택 비상지도부'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친박계 전현직 의원들의 당원권을 회복시켰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바른정당 의원들 중 13명의 복당을 일괄 허용해 친박계 일각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다.
이밖에 당권주자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은 '교통정리'가 되는 추세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홍 전 지사에게 자숙을 요구하다가 '당권 도전 포석'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가장 먼저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에서 홍문종·유기준 의원과 김태호 전 최고위원은 출마 여부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고, 이 중 홍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7·3 전대에) 홍씨가 하나만 나오면 되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드 배치 등 정치 현안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 온 인사로서 나경원 의원과 정진석 전 원내대표도 물망에 올랐지만, 나경원 의원은 불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출마 가능성을 닫아두고 있지 않았지만, 5일 홍 전 지사 귀국 메시지를 평가하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보다 훨씬 고단수다. 흥행몰이의 방법을 안다"고 극찬해 홍 전 지사에 대한 충청권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40대 나이의 평당원으로서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신용한 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은 출마를 강력 희망하고 있지만 일단은 ·'우군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당외 인사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일찍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당권 도전설을 일축했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출마 권유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대 후보 등록이 시작돼야 경쟁 후보군이 뚜렷이 드러나겠지만, 당권 경쟁은 대체로 홍 전 지사와 원 전 원내대표 양자대결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 모두 보수 가치를 거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집토끼'를 늘리자는 선명성 확립과 '산토끼'를 잡자는 외연확장론의 대결로도 볼 수 있다.
이들은 뚜렷한 내년 지방선거 승리 전략을 제시할 의무도 진다. 9년 만에 야당이 된 뒤 처음으로 치르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여권 견제도 보다 수월해지고, 다음 총선과 대선 승리의 기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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