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SK그룹이 제약·바이오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정하고 삼성과 LG에 맞불을 놓고 있다. 그동안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 속에서 생산시설 확대가 이뤄져온 가운데 해외사업으로도 범위를 넓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19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자회사 SK바이오텍이 아일랜드 스워즈시에 위치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대형 원료의약품 생산공장 인수에 성공했다.
|
|
|
▲ SK 자회사 바이오텍이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전격 인수한다. 사진은 BMS스워즈 생산시설 전경 /사진=SK바이오텍 제공 |
SK가 이번에 인수하는 생산공장은 8만1000L 규모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설비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SK는 세계 의약품위탁생산회사(CMO) 시장을 양분하는 유럽 지역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 성공 배경에는 최태원 SK 회장의 바이오·제약에 대한 20년 이상 집중투자가 결실을 맺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최 회장은 바이오·제약 부문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삼아 그룹의 주력으로 키우기 위해 관련 사업을 직접 챙긴 바 있다.
그는 또 2007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 역량을 결집하기도 했다.
BMS는 130년 전통의 세계적 제약사로 지난해 약 190억달러(한화 21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BMS가 스워즈 생산부문을 매각한 것은 합성의약품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전문 CMO에 생산을 맡기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이번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공장을 전격 인수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의 거점인 유럽을 직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SK바이오텍 또한 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 확대로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SK가 ‘바이오’ 분야에 이 처럼 통큰 투자를 감행하자 삼성과 LG도 적잖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삼성은 그동안 바이오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의약 연구개발(R&D)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집중 투자했고 LG는 자회사 LG화학을 통해 미래 먹거리 사냥에 의욕을 보여왔다.
바이오 분야에서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생산·판매를, LG은 백신과 신규 당뇨치료제 개발에 각각 집중하고 있다.
|
|
|
▲ LG화학 대전기술연구원 연구원들이 백신평가를 위한 분석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LG화학 제공 |
삼성은 2009년 이후 약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바이오시밀러에 투자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연구·개발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인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와 로슈 등 6곳으로부터 총 9개 제품을 수주한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얀센의 자회사 실락 GmbH과 3066억원 규모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오는 2025년까지 바이오 사업에서만 매출 5조원 이상을 내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오는 2025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바이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10%로 끌어올려 세계 5위 화학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LG화학은 올 1월 LG생명과학을 합병한 직후, 바이오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팜한농을 인수한 후 농의약 사업에 발을 내딛으며 사업 반경을 넓혔다.
LG화학은 팜한농 인수 후 여기에 후속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총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제약·바이오 사업에 매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를 진행할 방침이다. 신약개발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데 이어 바이오시밀러, 세포치료제, 당뇨, 백신 등 파이프라인을 10~20개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LG화학은 또 이달 초(7일) 미국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위한 140억원 규모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LG화학은 2014년부터 불활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백신이 개발 완료되면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아 국내 오송 공장에서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본격 공급된다고 LG화학 측은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바이오산업의 향후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최근 SK가 선제적 M&A로 해외 시장 보폭을확대함에 따라 기존 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