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부 가장 하고싶은 추경논의 막는건 대선 불복…국민의당도 섭섭"
한국당 "합의결렬로 정부조직법 심의 불가" 추경 비판 간담회로 '맞불'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여야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정상화 등에 관한 합의문 도출을 위해 모였으나 소득 없이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역점을 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관련 내용을 합의문에 넣자는 여당의 주장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완강히 선을 그은 것이 결정적인 사유였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5대 인사 원칙 파기와 일부 국무위원 임명 강행을 둘러싼 인사청문회 정국 파행은 지속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당이 이달 말로 예정된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 일정 합의에는 협조한다는 입장을 밝혀뒀기 때문이다.

4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귀빈식당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을 진행하다가 합의문 조율에 실패하고 각자 흩어졌다. 오전 중 공동으로 발표하기로 했던 합의문안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각각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한국당은 이번 추경안이 국가재정법상 '심사 요건 조차 만족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단 심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넣어도 되고 안 넣어도 된다'는 중립적 스탠스를 견지했다.

   
▲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우원식 더불어민주당·정우택 자유한국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 정상화 등에 관한 합의문 도출을 위해 모였으나 소득 없이 끝났다./사진=미디어펜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당 의원총회에 바로 참석해 "열심히 회의하고 있다가 합의를 도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먼저 나왔다"며 "여러분이 '추경 심사에 들어가기가 지금은 좀 어렵다'고 의총에서 동의해주셨고, 야3당 정책위의장들이 '이번 추경은 국가재정법이 정한 법적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 뜻을 같이한다'고 합의를 본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일 보레면 그만 둘 (추경 관련 부처) 장관들 상대로 정책 질의를 하고 추경을 논의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새 장관이 임명된 뒤 그 장관을 상대로 추경을 논의하는 게 올바른 일"이라며 "추경 내용 자체도 소위 '알바 추경' 형태를 갖추고 있고, 세금으로 공무원을 증원시킨다는 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게 최종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 심의에 들어갈 수 없는데 이 '추경을 계속 논의하겠다'는 문구를 여당에서 끝까지 고수했다"며 "그저께(20일) 저녁 회동에서 그 점(심사 불가)을 분명히 했는데도, 이게 동의가 안 되면 다른 합의도 어렵다고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오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추경과 정부조직법 심의는 (합의가) 결렬됐기 때문에 심의에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청문회는 계속 해야 하는 것으로 의원들이 동의해줬기 때문에 청문회 일정 잡는 건 각 소관 상임위 의사일정 문제는 합의를 봐주는 것으로 오늘 결정하려 한다"고 밝혀뒀다.

반면 우원식 원내대표는 회동 결렬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한달간 침이 마르게 전화하고 야당 원내대표실에 발품을 팔면서, 을도 이런 을이 없다"며 "국민들의 이 처참하고 어려운 삶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자리를 만들고 민생을 어떻게 살필까 해서 대통령이 민생 추경을 내놓았다. 그걸 시작으로 우리나라에 부족한 공공서비스 일자리 만들어야겠다고 노력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이것에 대해 한국당이 '논의도 하지 못한다. 문구를 빼자'고 얘기했다. 그래서 추경예산을 심사는 들어가지 않아도 서로간 맞춰보고 논의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이게 무언가. 추경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하겠다고는 하지만 가장 시급한,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고 절박한 요구인 추경을 안 한다는 건 국정운영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한국당을 성토했다.

그는 "정부가 가장 하고싶어하는 건 논의도 못 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한국당이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선 불복"이라면서 "한국당이 어떤 당이냐. 국정농단을 했던 세력이 아니냐. 나라 마비시킨 세력 아니냐. 최소한의 협조도 안 하고 국회 논의조차 막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에도 섭섭하다. 그런 논의가 있으면 좀 도와줘야지 왜 못하느냐"라며 "한국당이 논의도 못하게 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얘기도 못 해주나. 너무 뒷짐지고 있는다. 그래서 국회의 어려운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겠느냐"고 원망의 목소리를 냈다.

   
▲ 22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하는 동안 전임 정책위의장이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김광림 한국당 의원이 별도로 '추경 예산,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법적인 편성 요건 미달,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를 내놓는 등 추경 반대 논리를 설명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추경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이자 전임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추경 예산,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간담회를 열어 반대 논리 구축에 나섰다.

이날 비공개 의총 도중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광림 의원은 추경안에 공무원 1만2000명 증원 등이 포함된 데 대해 "정부에서 아마 (추경 사유로) 생각하는 게 대량실업 쪽인 것 같은데, 누가 보면 '공무원 사회에 대량실업이 발생했는가' 의문점을 갖게 된다"며 "항구적인 사업이 아닌 건 본예산에서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무원 추가 채용 예산은 80억원에 불과한데다, 지난해 본예산 편성 때 마련한 예비비 500억원으로 충당해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중소기업 '2+1 채용'이나, 기타 공공부문 일자리에 직접 관련된 예산을 합쳐도 2041억여원에 불과해 11조2000억원 추경의 1.8%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광림 의원은 또 "문 대통령은 물려받은 경제와 재정지표가 가장 양호한 상태"라며 ▲2016년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 ▲2016년 경제성장률 2.8% G20 국가 중 5위 ▲올해 1~5월 고용률(67%)·취업자수(37만6000명) 호조 ▲초과세수 2016년 19조7000억원·올해 5월까지 8조4000억원 등 지표를 들었다.

그는 "백번 양보해도 본예산이면 심의는 할 수 있지만 추경으로 하기에는 법적 요건이나 경제상황이나 내용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며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도 넘는 부족함"이라고 못박았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