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변호' 법무법인·방산업체서 자문역…12억여원 수수 최근 드러나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통한 자주국방'을 국방정책의 핵심과제로 천명한 가운데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초대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그가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현재까지 송영무 후보자에 대해 다수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위장전입 횟수 '4건→1건' 고의 축소 의혹 ▲법무법인 '율촌' 거액 자문료 축소 기재 의혹 ▲방산업체 LIG넥스원과 자문계약했으나 정식 직제 등재되지 않았다는 의혹 ▲자문업체 해군 납품액 3배 상승 ▲참모총장시절 계룡대 군납비리 수사 무마 의혹 ▲딸 취업 특혜 및 휴가 논란 ▲연평해전 '셀프훈장' 의혹 ▲논문표절 의혹 등이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송 후보 지명사실을 발표하면서 1989년 위장전입에 따른 주민등록법 위반 전력을 사전 공개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송 후보자의 위장전입에 따른 주민등록법 위반이 총 4차례라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1989년 경남 진해 군인 관사에 살면서 대전의 부친 집으로 주민등록을 이전한 것 외에도 1991년 서울 신길동 충무아파트에 살면서 대전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것, 1994년과 1997년에도 각각 형의 자택과 고조부의 사당으로 주소지를 옮긴 전력이 있다는 것. 송 후보자는 "일부러 축소한 건 아니고 4건 중 3건은 이미 발표된 군인공제회 분양을 위한 대전으로의 주소 이전이고 그 후 융자담보조건 충족, 세입자의 퇴거 요청 등으로 이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제26대 해군참모총장 출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사진=해군 제공


송 후보자는 총장 예편(2008년 3월) 직후(4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 근무하면서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을 겸직한 바 있다. ADD 비상근 정책위원으로 위촉돼 월 300만원을 받던 송 후보자는 위촉 7개월 뒤 율촌에서도 일하겠다는 '겸직허가신청서'를 자필로 써서 ADD에 제출했다.

송 후보자는 이 신청서에 "율촌에서 군사·방산분야 자문을 위한 고문 역할을 요청했다"며 겸직 기간은 '2009년 1월부터', 겸직 근무시간은 '주 2일, 14시간'이라고 적었다. 보수에 대해서는 '월(月) 약간의 활동비 정도만 받는다'고 기재한 것으로 21일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는 율촌으로부터 월 3000만원을 받았다고 뒤늦게 밝히면서, '약간의 활동비'라는 언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퇴임 후 법무법인 상임고문으로 근무하며 2년 9개월간 9억9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사에는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사실 여부를 묻는 문의가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억원 가까운 자문료도 당초 4억1200만원으로 신고됐었다고 한다.

율촌의 겸직 직위를 ADD에 '상임고문'이 아닌 '비상근직'으로 고의 신고한 의혹도 제기됐다. 2009년 3월 ADD의 내부 공문에서 '(법무법인) 겸직 근무가 비상근으로 수행됨에 따라 겸직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겸직을 허가한 것. 허가 시점 자체가 겸직 3개월차라는 점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송 후보자 측은 자문 역할과 관련 당초 "국가를 위한 법률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의도로 방위산업 전반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자문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가, 최근에는 "국방용어나 배경설명을 해줬다"고 말을 바꿨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율촌이 자선단체가 아니라면 단순히 군사용어 해설을 들으려고 연 3억6000만원씩이나 주면서 해참총장 출신을 스카우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궁했다.

또한 현역 시절 방문한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의 자문을 맡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 문제와 유착 의혹 등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로펌들이 이명박 정부 저가경쟁입찰제 도입에 맞춰 거물급 예비역 장성들을 영입, '방산 특수'를 누린 시기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게 단순 자문을 위한건지, 아니면 이미 보도도 나왔지만 당시 (한진중공업과 해군과의) 10여건 소송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해군 변호를 맡은 율촌에서) 해결사 역할을 한 게 아닌가. 만일 그랬다면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2013년 7월~2015년 말까지 대잠어뢰 '홍상어' 실종사건으로 어려운 처지였던 것으로 알려진 LIG넥스원에서도 자문역을 맡아 월 800만원 꼴로 총 2억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 업체는 송 후보자를 사내 전산망의 정식 직제에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재직 중 해군 납품액이 3배 가량 상승했다는 의혹도 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 해군·해병대가 발주한 방위력·전력 관련사업 가운데 LIG넥스원이 수주한 금액은 전체 사업예산의 8%인 1305억원이었다가 자문이 시작된 2014년 20%(4371억원), 2015년 32%(3692억원)로 전체 사업예산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2009년 해참총장 재임 시절 발생한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납비리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도 21일 나왔다. 이 사건은 2006년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묵살됐다가 2009년에서야 국방부가 비리를 확인하고 31명에게 형사 처벌을 내린 사건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송 후보자는 2007년 8월 해군본부 수사단의 보고를 5차례 받았으며, 문건을 결재하면서 "(해당 사건을) 법무실에 넘겨 행정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사법처리 대신 징계만 하라는 가이드라인으로 간주돼 수사는 실제로 중단되고 징계절차가 시작, 징계대상 7명 중 5명이 증거 부족으로 징계를 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송 후보자 측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법적 처리또는 행정처리' 등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례 지시했다"며 "계좌 추적 등으로 사실관계를 최종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분명히 지시했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 국획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추가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밖에 송 후보자는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승리 공로로 받은 충무무공훈장이 '셀프 훈장'을 수여한 격이라는 의혹도 받았다. 김 의원은 앞서 "당시 전장에 나가있지도 않았는데 연평해전 승리의 공적을 판단하는 공적심사위원장을 맡았다"며 "심사위원이 자신을 심사해 사실상 셀프 훈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송 후보자 측은 "후보자는 본인이 당시 지휘관인 2전투전단 공적심의위원장으로서 예하부대 장병들의 공적에 한해서만 심사했다"며 "본인 전투 유공에 대해 심의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지난 16일 송 후보자가 장녀가 2008년 2월 ADD에 입사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도 불거졌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후보자의 딸 송씨는 2007년 말 ADD 채용 모집에 응시해 1차 서류 통과자 9명 중 3등을 했고, 2차 면접에서 국가보훈대상자 가산점을 받아 2등으로 합격했다. ADD는 당초 2명 선발이었던 계획을 바꿔 송씨를 포함한 3명을 채용했다.

송씨가 ADD에서 10년 간 병가와 출산휴가 등을 포함해 총 475일의 휴가와 휴직을 사용해 과도한 휴가 사용 논란도 일었다. 이와 관련 ADD 측은 송씨의 휴가 사용이 규정에 어긋난 경우는 없다고 반박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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