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27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해군 중령 시절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지만 이 사실을 기록한 서류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송영무 후보자는 같은날 새로이 제기된 음주운전 전력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나, 은폐 의혹은 부인했다.
김학용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후보자의 과거 음주운전 사실에 대해 결정적 제보를 받고 경남 진해기지사령부를 직접 방문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송 후보자가 해군 작전사령부 작전 참모처 계획과장(중령)으로 재직 중이던 1991년 진해 시내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단속에 적발됐고 해군 작전사 헌병대로 이첩돼 '사건 접수부'에 이 사실이 기록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송 후보자는 음주운전 적발에도 불구하고 기록상 헌병대 및 법무실의 조사없이 바로 '소속 통보' 조치라는 사건 종결 처리 수순을 밟았다"며 "송 후보자는 그해 7월1일 무난히 대령에 진급했다"고 밝혔다.
통상 현역 군인이 음주운전이 적발되는 경우 해당 경찰에서 관할 헌병부대로 사건을 이첩하고, 헌병대 조사와 군내 사법절차를 걸쳐 진급 등에 상당한 불이익을 받게 돼있지만 송 후보자는 이런 과정이 모두 생략돼 무난히 승진했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당시 관계자 제보에 따르면 송 후보자가 해군 작전사 헌병들과 모의해 사건을 은폐했고, 진급 후에도 헌병대 수사과에 보관 중이던 음주 운전 관련 서류를 모두 은닉·파쇄해 현재 관련 기록이 해군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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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군인 재직 시절 음주운전을 저지른 뒤 관련 기록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사진=미디어펜 |
이에 따라 인사 청문 준비과정에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지 사실확인을 요청했지만 송 후보자 측에서 "없다. 군 재직 시 징계 또한 받은 바 없다"며 뚜렷하게 해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더군다나 어제(26일) 오전 9시10분경 직접 진해기지 헌병대를 찾아 우여곡절 끝에 현장에서 송 후보자의 음주운전 사실이 기록된 사건 접수부 존재를 확인, 11시5분경 해당 부대에서 해군본부로 이메일을 통해 자료를 보냈고 '1시간 이내로 의원실루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5시간 넘도록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후 오후 4시경 해군본부에서 국방부로 자료가 넘어갔고 국방부에서도 '바로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제출되지 않았다"며 "국방부 자료를 전달받은 송 후보자 측에서는 '(기록에 나온) 군번이 맞지 않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더니, 오후 10시경에는 '후보자가 몸이 좋지 않아 오늘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출을 요구한 사항에 대해 만 하루가 되도록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본인의 음주운전 사실을 줄곧 숨겨왔고 증거자료 확인을 거부하는 점, '후보자 측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모든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송 후보자는 청문회가 아닌 군과 사법당국의 조사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대령 진급도 되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 음주운전 은폐와 은닉, 자료 파기를 통해 참모총장을 거쳐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국방부와 해군에서도 송 후보자가 당시 징계 절차를 어떻게 무마시켰는지, 관련자료 파기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이를 비호한 세력은 누군지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해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런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제의한다"며 "우리 군인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송 후보자의 지명은 철회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모든 자료를 사실상 없앴다"며 "계급과 성명, 소속부대 등이 기록된 사건접수부가 있고 그 존재를 확인했지만, 그조차 (후보자 측에서) 제출하지 않아 결국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송 후보자 측은 별도의 해명자료를 내고 "26년 전 음주 운전 사실이 있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유야 어찌 됐든 잘못된 행동임을 깊이 자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 측은 그러나 "당시 부대 인근에서 부하 직원 격려회식 시 음주 후 관사로 귀가하던 중 음주측정을 받았다"며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조치 됐고 그 후 음주 운전으로 법적 처벌을 받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은폐 의혹에 대해선 "음주 운전과 관련해 어떤 처벌도 통보받지 못했기에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무마하려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군에서 진급 예정자가 음주운전으로 반드시 징계를 받는 '필요적 징계'는 2014년 이후 적용됐고, 91년 같은 부대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33건이었는데 21건이 통보 후 종결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음주운전 전력이 군인의 진급에 큰 불이익으로 작용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과거에는 음주운전을 저지르더라도 '소속 통보' 조치로 일단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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