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앞서 '부적격'으로 판단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한 보수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놓고 강대강 대치 중이다. 여당 원내지도부에서 비난성 언사가 나오고, 상대 당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상곤 부총리 임명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별 추경 예비심사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심의에 일체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예정대로 추경 심사를 강행할 태세다. '문준용 의혹 관련 제보조작 파문'으로 당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의 협조로 여당은 두 당이 과반을 차지한 상임위를 중심으로 '반쪽짜리' 심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 여성가족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예산심사소위에 회부했다. 환경노동위, 국방위 등 다른 상임위 일부도 전날(4일) 회의에서 추경을 예산심사소위에 회부한 바 있다.
국토위·여가위·농해수위·환노위는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국방위는 바른정당 소속 위원장이지만 전면 보이콧을 결정하기 전 소위 회부가 이뤄진 경우다. 환노위는 이날 오후 중 소위 차원의 심사 직후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로 추경안을 회부했다.
추경 예비심사는 모두 한국당, 바른정당이 불참한 채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은 일단 예정대로 추경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별 예비심사를 모두 마치지 않더라도 정세균 국회의장의 판단 하에 추경을 곧바로 예결위에 회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백재현 예결위원장은 내일(6일) 오후 2시를 추경 본심사 기일로 지정했고, 정세균 의장은 본심사 30분 전까지 예비심사를 마칠 것을 주문해 뒀다.
민주당은 시한 내로 추경 예비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정 의장에게 정부 제출 추경안을 회부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7일까지 본심사를 완료하면 11일 본회의를 1차 목표로 늦어도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18일에는 추경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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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1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
정 의장이 예결위에 추경을 회부할지는 미지수지만 여권 단독의 예결위 본심사가 강행될 경우 보수야당의 반발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보수야당을 겨냥한 압박과 달래기를 번갈아가며 '냉온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은 사사건건 발목잡고 기회가 있으면 집단 퇴장한다"며 "국회가 한국당 의원 놀이터냐"라고 반문했다. '민생을 추경 반대의 볼모로 잡았다'면서 "대선 불복"이라는 지난 언급을 반복했다. 바른정당을 겨냥해서도 "언제까지 한국당에 끌려다닐 지 개탄스럽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120석의 민주당은 40석의 국민의당 협조를 얻으면 국회 과반수로서 추경안의 예결위는 물론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도 있어, 높은 국정·정당지지도와 이에 기반한 자신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쪽짜리' 추경 심사를 강행할 경우 정치적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 듯, 여당은 두 야당을 향한 설득의 제스처도 보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상황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후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20여분간 면담했으나, '공무원 증원 추경 반대' 이견과 '인사 문제에 관한 문재인 대통령 입장 표명' 요구만 재확인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에 끌려다닌다'는 언급 때문에 "금도를 넘었다"는 바른정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오후 논평에서 이같이 밝히고 "바른정당 당원과 지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해당 발언의 사과와 철회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당도 무조건적 대여 협력을 점치기는 어려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부총리 임명에는 조건부 협력했지만,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톤을 낮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환노위 야3당의 조대엽 후보자 임명 반대 기자회견에 함께한 데 이어, 늦은 오후에도 논평을 내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거두고 당장 지명을 철회하라"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성공에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사논란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채 송·조 후보자 임명까지 강행될 경우 국민의당마저 도로 돌아서 여권과 '국회 과반 야3당'의 대치 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직까지 민주당에서는 '캐스팅보트' 국민의당의 추경 심사 및 처리에 대한 협력에 기대고 있는 분위기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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