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가진 한독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ICBM 시험발사와 관련해 국제적인 제재와 압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하며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북한이 4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한 것에 대해 미국이 군사 옵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군사공격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것과 비교할 때 온도차가 확연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 총리실에서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 시점에서 제일 큰 걱정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라며 “국제적 압박과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메르켈 총리에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의 공동 결의를 담아내기 위해 의장국으로서의 관심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제재와 압박이 북한을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이끄는 수단이 돼야 하고, 평화 자체를 깨뜨려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처럼 긴장이 높아질수록 우발적인 이유 하나로도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제재와 압박을 높이되 상황 관리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국제적으로 강한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공동언론발표를 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베르린 총리실에서 만찬회담을 진행했다./사진=청와대 제공


이는 문 대통령의 대화를 병행하는 평화적인 북핵 해결에 대한 의지를 재차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독일로 출국하기 직전 북한의 ICBM 도발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한미연합 무력시위를 먼저 제안한 것이나 메르켈 총리와 만나 평화적인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해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볼 때 대북 주도권을 놓지 않는 모습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에게 북한의 미사일 수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화성-14형’에 대해 “거의 ICBM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사거리는 늘어났지만 정확도와 핵탄두 탑재 가능 여부는 미지수이고 이 역시 2, 3년 후쯤 가능할 것으로 판단할지 모르지만 지금 속도로 보면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현재의 수준도 문제이지만 발전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6일 쾨르버재단 초청 연설에서 일명 대북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베를린 선언’ 역시 한독정상회담의 기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예정이어서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