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4자회담에서 내홍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대략적인 향방이 갈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회동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등 이해 당사국 외교 수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친러시아 무장세력과 정부 소속의 특수부대 간에 교전이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명 피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현지 및 러시아의 달라 정확한 집계는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직접적인 개입을 공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슬로뱐스크에 있는 친러 시위대가 러시아에 공식적인 지원을 요청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내전'으로 보고 있는 등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번 4자회담에 앞서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은 준비할 것은 모두 갖췄다는 태도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교적인 문제로 풀어가는데 집중하고 있고, 17일로 예정된 회담도 이를 위한 일환"이라며 "이날 러시아가 상황을 완화시키는 데에 의지가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새로운 제재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새로운 제재가 개인과 단체를 포함, 국가 경제 활동 부문이 될 수 있고, 이는 향후 러시아가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태도에 따라 다양한 제재안을 포괄적으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측은 "러시아가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정을 택하게 되면 이에 대한 대가가 커질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급 인사도 서방이 러시아의 경제 심장인 에너지와 금융 부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EU도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동유럽에 항공과 해상 전력, 지상군 병력을 증강 배치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15일 "영국은 러시아의 산업 분야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적 제재를 하는 데에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는 외교 채널을 열고 정국 불안 축소를 택하던 오랜 기간 동안 국제사회와의 관계 악화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상황이 복잡한 관계로 한계선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제적)제재를 결정하는데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런던 금융 부문은 더불어 희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크림 자치공화국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동, 서방에 밀리지 않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와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의 태도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5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이후 "우크라이나 문제는 복잡한 역사적 경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의 각 지역 및 민족의 정당한 권익과 요구를 고려하는 데 달렸다"며 러시아와 대립되는 입장을 취하지는 않았다.
또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국영석유회사 로즈네프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독일 화학그룹 바스프, 이탈리아 석유가스공사 에니, 영국 석유회사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도 강력한 경제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토니오 타자니 EU 집행위원회의 산업담당 부의장은 러시아 추가 제재는 "기업들이 많이 다치게 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