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산업계는 향후 협정 진행상황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만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미 FTA를 개정하기 위한 협상 절차를 시작한다는 소식에 기업들이 긴장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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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개정 협상을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산업계가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사진=연합뉴스 |
대표적인 수출 산업인 자동차업계의 경우 향후 수출전략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011년 86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4억90000만달러로 12.4%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액은 3억5000만달러에서 16억8000만달러로 37.1% 늘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한미 FTA 개정할 경우 대미수출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면서도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우리 정부 측이 일부 오해가 있거나 과장된 부분은 바로잡아줘야 할 것"이라면서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된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그에 맞는 유연한 대응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 역시 이번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철강은 자동차와 달리 한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입장이어서 '직격탄'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 등을 매기게 되면 이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며 "어떤 조치를 더욱 강화하려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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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과 FTA재협상에 돌입하면 대미수출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면서도, 협상진행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사진=미디어펜DB |
실제 트럼프 정부는 우리나라 철강업체에서 생산하는 열연 강판, 열연 후판, 냉연 강판 등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선재까지 반덤핑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 상태다.
국내 전자 IT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생산 거점을 멕시코, 브라질 등 북미 및 중남미로 옮겨놓은 상태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불공정무역사례 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우리 기업이 할 말은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계와 무역업계는 이번 한미 FTA 재검토 발언에 대해 전면 재협상보다는 일부 개정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발언에 대해 "재협상보다 일부 개정 추진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협회는 이날 자료를 내고 "미국의 대한무역수지적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서한에서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단어보다 수정(revis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을 미뤄볼 때 전면 재협상보다는 일부 개정 추진으로 무게가 실린다"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한·미FTA가 테이블에 오르기 전에 양국간 교역에 있어서 한국만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는 게 아니라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하는 등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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