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부의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37일 만인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에 올랐으나,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 등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권이 극명한 이견을 드러냈다.
야3당이 이날 모두 국회에 복귀해 오후 개최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추경안이 국가재정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지속하며 여권과 갑론을박을 벌였다. 추경 심사 지연에 대한 책임론을 서로에게 제기하기도 했다.
정책 질의에 앞서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추경의 법적 요건 미달과 졸속 편성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추경 심사 지연 요인이 된 부적격 인사 논란에 대한 정부 측의 사과 ▲공무원 증원 예산 삭감 등을 요구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추경을 대체 어디 잣대에 대고 심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전쟁·대규모 자연재해·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변화 등 추경 요건을 일일이 열거한 뒤 "전(前) 정부의 추경 전례가 된 기준이라든지 법률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심사)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엄용수 한국당 의원도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경기 지표가 좋아 추경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추경에 부정적이던 기재부가 정권 바뀌고 느닷없이 추경안을 그것도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 날 제출했다"면서 "추경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총리와 경제부총리는 앞뒤 맞지 않은 추경안에 대해 유감 표시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위원장 주재로 여야 간사회의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정녕 시급하다면 정부와 여당에서 추경 수정안 혹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내서 법에 맞도록 해달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했지만 수정안 제출도 없고 개정안 제출도 안 했다"고 지적하며 "국무총리 사과말씀 반드시 듣고 이런 상황 재발방지를 약속 받아 달라"고 백재현 예결위원장에게 요구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이번 추경은 우리나라 대통령 취임 이래 최 단기간에 제출됐다.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제출해 졸속을 피하기 어려웠다고 본다"며 "가뭄이나 AI 대책은 빠졌는데 LED 교체 산업에 2000억이 배정됐다. 국민 혈세를 졸속으로 성급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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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37일 만인 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에 올랐으나, 추경 편성의 법적 요건 등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권이 극명한 이견으로 대립했다./사진=미디어펜 |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에 "청년 실업사태 자체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청년 실업을 방치하기에는 심각하다고 생각해 국가재정법 89조의 대량실업 우려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이는 졸속 추경이라는 지적을 반박함과 동시에 사과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만 "앞으로는 정부도 국가재정법을 훨씬 더 엄격하게 의식하고 이런 (법적 요건)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훨씬 더 많이 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고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여당 의원들도 이번 추경 요건을 '대량실업'으로 봤다는 정부 입장에 동조하며 추경 심의·통과를 야권에 요구했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량실업의 요건을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이라며 "정부는 대량실업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야당은 경기가 좋다고 보는지 모르겠지만,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대"라면서 "이렇게까지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고 여유로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야당을 몰아세웠다.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몇 년에 걸친 대량실업이 일자리 추경으로 왔다고 본다.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빨리빨리 해서 추경심의 들어가자"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는 인사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찬우 한국당 의원은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가면서 추경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고, 이은재 한국당 의원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 강행에 대한 철회와 정부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낙연 총리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고 국민께 (장관) 임명에 이르기까지 많은 걱정을 끼쳐드린 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대통령도 한번 말씀하셨지만 막상 인수위 없이 정부를 서둘러 구성하다 보니 욕심만큼 충분한 검증이 어려운 현실이 있었고 그렇다고 마냥 정부 구성을 늦출 수도 없는 사정"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송영무 장관 사퇴 요구에는 "국방업무에 관해 전임 정부 시절 임명된 장관을 모시고 기약 없이 가기가 어려웠다"며 "사드나 국방개혁 등 시급성에 대한 현실적 고민도 있었다"고 에둘러 '불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예결위는 이날 종합정책 질의를 시작으로 1·2차 소위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달 18일 본회의에 회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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