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네바에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의 외교대표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좋은 날의 업적"이라고 표현했듯이 대체로 4개 당사자들은 이 합의에 만족하는 듯 하지만 그 속내는 제각각이다.
이에 당사자들의 이해 득실을 점검해 본다
▲러시아= 서방과 우크라이나로부터 우크라이나의 불안을 조성한다고 비난을 받아온 러시아는 이번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그 이미지를 개선하게 됐다.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는 미국과 EU의 추가 제재를 면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관리들이 겉으로는 그런 제재가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하고 있지만 막상 러시아의 시장들은 그 타격을 느끼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연방화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에게 보다 폭넓은 자치권을 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성명에서 연방화는 명문화되지 않았으나 "포괄적이고 투명하며 타당성있는 헌법 제정"을 언급한 것은 연방화의 논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성명에서 크림반도에 관해 언급하지 않은 것도 러시아에게는 득이다. 서구와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비난하면서 그 합법성을 부인해왔으나 이번에 언급이 없는 것은 이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서는 않된다는 러시아의 주장이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ㅇ은 러시아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서방측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동안 보조역할이나 하는듯 하던 우크라이나의 과도정부가 이날의 공동성명에 참가함으로써 권위를 회복한 셈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는 불법단체들을 무장해제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그 무장해제는 친러시아 반도들이 정부청사를 점령하고 있는 동부지방에서만이 아니라 국수주의적인 자위단체들이 도심을 순찰하며 과격한 시위대들이 주요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수도 키예프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며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기자들에게 러시아가 동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러시아는 그런 발언을 거듭해 왔으나 이날의 회담처럼 국제적 이목이 집중된 마당에서 외무장관이 발언한 것은 그 격이 다르다.
▲ 미국= 미국은 우선 러시아에 추가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미국은 또한 러시아가 크림합병을 취소하기를 원했으나 공동성명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 이제 그 문제에 관심이 없음을 반영한 셈이다.
미국은 대체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부에서 불안을 조장하지 않기를 바랬으며 그것은 일단 이루어진 셈이다.
▲EU= EU도 미국처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해야 할 부담에서 벗어났다. 러시아의 천연개스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으로써는 이 문제가 미국 보다 더 어려운 과제였다.
EU는 또한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청사를 점거하고 있는 친러시아 세력들이 물러날 것을 요구해왔으며 따라서 이날의 합의가 실천되면 EU는 큰 우환에서 벗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