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맥주·달서맥주·해운대맥주 등 지역서 생산 안 해
진정한 의미로서 지역맥주 나오길 기대
   
▲ 홈플러스에서 판매 중인 해운대맥주, 강서맥주, 달서맥주 등의 지역맥주들./사진=홈플러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캐나다 밴쿠버에 가면 관광코스 1순위로 꼽히는 '그랜빌 아일랜드'가 있다. 다운타운에서 다리를 건너 20여분을 가면 독특한 가게와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나온다. 과거 이 공간은 공장과 창고가 있던 낡고 오래된 공장지대였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랜빌 아일랜드 브루어리(양조장) 맥주'는 지역 특화 맥주라는 특성으로 관광객들의 선호도 1순위로 꼽힌다. 맥주 양조장과 펍이 함께 있고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워낙 맛있고 유명한 곳이다 보니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 브루어리'도 브루클린에 양조장이 있는 지역맥주로 시작했다가 글로벌하게 성장한 케이스이다. 그야말로 전 세계 맥주 트렌드는 '지역(local)맥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세계적 맥주 트렌드에 맞춰 최근 지역맥주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지역맥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지역맥주'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난해 10월부터 홈플러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강서맥주'는 서울 강서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맥주가 아니다. 강서맥주의 제조공장은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경강로 초원6길 60으로 돼 있다. '세븐브로이'라는 맥주 회사에서 제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븐브로이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 간담회에서 만찬주로 선정돼 이슈를 모으기도 했다.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 본사도 강서에 있고 세븐브로이 본사도 강서에 있어 서로의 니즈가 맞아 판매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세븐브로이에서 내놓은 '달서맥주' 역시 대구 달서 지역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아니다. 강서맥주와 같은 강원도에서 생산하고 있다. 세븐브로이는 달서맥주의 라벨에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이월드의 83타워에 노을이 지는 모습'을 표현했을 뿐이다. 

'해운대맥주'도 부산 해운대에서 생산하지 않고 충북 음성에 공장이 있는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라는 곳에서 생산하고 있다. 심지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강남맥주'는 크래프트브로스라는 회사에서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맥주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지역맥주들의 대부분은 이름만 지역에서 따왔거나 그 지역에서 영감을 받아 맛과 디자인을 했을 뿐이다. 이런 맥주들을 과연 '지역맥주'라고 부를 수 있을까. 또 지역맥주라고 홍보하는 기업들 중에는 대기업 못지않게 기업화된 곳도 여럿이다.

엄밀히 말해 지역맥주는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맞다. 지금의 국내 맥주 시장은 수제맥주, 지역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껍데기만 있는 '무늬만 지역맥주'인 경우가 다반사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지역맥주가 나와 주기를 업계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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