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실망과 당혹감…1심 판결에 기대
재계 “사실상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것”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박영수 특별검사팀이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2년을 구형하면서 삼성 내부와 재계에서는 "가혹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대표’ 기업으로 활약하는 삼성과 우리 경제의 절박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삼성 내부는 검찰의 구형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3~5년을 구형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을 뛰어넘은 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이 부회장 및 삼성그룹 전직 임원 4명의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12년을 구형했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우선 삼성은 실망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총수 부재가 더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올해 초부터 총수 부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됐고, 현재 각 계열사들은 각자도생체제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CEO) 중심의 삼성은 이곳 저곳에서 경고음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래먹거리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각 계열사 CEO들의 피로감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번 결심공판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 든 삼성은 1심 재판부의 최종 판결에 희망을 걸고 있다. 특검이 끝까지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 특검이 ‘스모킹건’을 내놓지 못했고,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이 재판부에 받아들여질 경우 이 부회장의 무죄 입증이 가능하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1심 판결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재판부의 법리해석에 따라 판이 뒤집어 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밑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에 구형을 강하게 한다. 그러나 박영수 특검은 초강수를 둔 것 같다”라며 “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장기간에 걸쳐 소명한 부분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이제 남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형을 두고 깜짝 놀란 모습이다. 10년 이상의 구형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특검이 너무 감정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특검의 주장대로면 이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란 말 밖에 안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의 주장대로 이 부회장이 10년 넘게 교도소에 있는다고 하면 출소 후 60살이 넘는다”라며 “재벌 개혁과 정경유착 근절의 타깃을 이 부회장과 삼성으로 잡는다고 해도 너무 가혹한 결정이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라는 소리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특검이 삼성과 우리 경제 사정을 도외시 했다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국가 경제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의 미래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사회적으로 이 부회장과 삼성에 치명타를 날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번 구형으로 삼성과 이 부회장은 씻기 어려운 오점을 안게 됐다”라며 “외신 등에 ‘이재용 12년 구형’이라는 타이틀이 대서특필 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이미지 하락이 우려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