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항공기가 굉장히 복잡하고 예민한 기계이다 보니 가끔 생각지 못한 결함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고객의 항공기 탑승 후 발생하는 결함에 대해서는 정비사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최대한 항공기 정시 운항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항공업계에서 결함, 이륙 지연 등 문제점이 잇따르면서 ‘안전성’과 ‘정시성’이 강화되는 가운데 확인정비사의 역할에도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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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사진) 정비사는 “정비 필요성의 강화가 특별히 시기적으로 있다기 보다는 항상 안전운항을 위한 정비 개선에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
이스타항공 소속으로 현재 인천공항에서 3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홍진(29) 확인정비사는 “정비 필요성의 강화가 특별히 시기적으로 있다기 보다는 항상 안전운항을 위한 정비 개선에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정비사는 저비용항공(LCC) 최초의 여성 확인정비사다.
확인정비사는 일반 정비사와 달리 항공기가 공항에 도착한 후 지상에서 행해진 모든 작업에 대해 확인하고 최종 사인하는 정비사로, 항공기가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항공기를 케어한다. 확인정비사가 최종적으로 OK해야 항공기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는 것이다.
업계 특성상 항공정비분야는 여성인력비율이 낮은 분야로 알려져 있다. 이스타항공은 정비 본부장을 포함한 총 133명의 항공정비사가 일하고 있고 전체 정비사의 10%가 여성이다. 이중 확인정비사는 단 1명으로 정비 전 과정을 총괄한다.
“확인정비사는 근무경력과 해당 항공기에 대한 기종한정 자격을 갖춰야 하고, 공장정비사나 객실정비사가 아닌 현장 정비사 중에서 선정될 만큼 조건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LCC 여성정비사로는 제가 첫 입사를 했고 비행기를 받고 띄우는 현장 정비사의 경우 남성 정비사분들이 대다수입니다.”
홍 정비사는 확인정비사에 대해 “단순히 비행기를 조립하고 정비하는 직업이 아니라 비행기에 대한 총체적 이해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또 확인정비사라는 특성상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팀원들과 합을 맞추며 일하고 그 작업을 무사히 완수해 결함을 해소할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홍 정비사가 소속된 이스타항공은 취항 이후 30만시간 무사고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동종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항공 안전에 대한 국제 표준(IOSA) 인증 개정안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정비, 운항, 운송, 객실 등 다양한 부서에서 정시율을 높이기 위해 철저하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항공기 정비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 부품 수는 자동차의 10배 수준인 20만개에 달하며, 1년에 3000회 정도 점검이 이뤄진다.
홍 정비사는 “항공기 제작사에서 발행한 정비 매뉴얼을 기본으로 중간지점 점검, 비행 전·후 점검, 운항정비, 중정비로 크게 4단계 구성으로 항공기 정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낙뢰 등 기상현상과 더불어 조류 충돌, 속도계 고장, 최악의 경우 엔진결함이 수시로 조종실의 전달사항(칵핏 콜)이나 회항(램프 리턴)과 같은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보니 확인정비사로서 빠른 대비력과 상황판단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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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 이스타항공 확인정비사가 동료 정비사와 인천공항 격납고에서 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이스타항공 제공 |
항공기는 정비 조건별로 중정비의 경우 시간이 길기 때문에 항공기를 격납고로 진입시켜 정비를 하고, 매일 운항하는 기체의 경우 탑승교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현장 정비는 날씨를 가리지 않고 외부에서 업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비가 올 땐 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우의를 입고 정비를 하거나 추운 겨울에는 꽁꽁 언 손으로 정비업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날씨에 따른 다양한 피복은 물론이고 냉온열 제품은 필수입니다. 교대 근무에 따른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운동도 틈날 때마다 해야 합니다.”
‘완벽한 정비’의 비결이 있을까. 홍 정비사는 정비사로서 꾸준한 업무관련 메뉴얼 숙지와 업데이트는 필수라고 했다. 결국 꾸준한 공부와 반복적 훈련이 모든 결함에 익숙하게 대처하는 노하우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홍 정비사는 “미국연방항공국(FAA)에서 발행하는 감항성개선지시(AD), 기술지시(SB) 수행부분에 대한 업데이트를 항상 예의주시하며 빠르게 숙지하고 있다”며 “또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메뉴얼과 새로운 결함 해소 방법을 익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 확인정비사로서 가지는 장점도 소개했다. 그는 “힘을 필요로 하는 일에 있어서는 남성보다 부족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세밀하고 한정된 공간 내 작업에 있어서는 여성이 더욱 꼼꼼할 것”이라며 “정비사가 알아서 결함을 찾아내서 정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운항, 객실 승무원 분들의 직접적인 의견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점은 남성보다 더 좋다고 느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결함 앞에서 능숙한 정비사’가 되는 것이 홍 정비사의 목표다. 항공 정비사는 육체적으로 조금 힘들 수 있지만 비행기를 한 대 한 대 정비해 떠나 보낼 때 마다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정비사는 “항공 정비사는 육체적으로 조금 힘들 수 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며 "여성분들이 기름을 만지는 직업을 갖는 게 드문 일이지만 현장에서의 일이 적성에 잘 맞는 경우도 많다. 이스타항공에서 가능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고, 다양하고 복잡한 결함 앞에서 능숙한 정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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