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장만 계획했던 세입자 다시 전세로…"10월되면 매매시장 안정세 찾을 것"
서울 주택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역대급 초강력이라는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주택시장은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고, 시세보다 싸게 나온 급매물도 팔리지 않은채 쌓여가고 있다. 일선의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개점 휴업' 상태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주택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5개 권역별로 점검해본다.[편집자주]

[8.2대책 新부동산지도③서남권(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

[미디어펜=김병화 기자]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당초 매매를 계획했던 수요자들이 대거 전세로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 여기에 가을 이사철 수요까지 합세하며 전셋값 상승 곡선이 가파르네요.” (강서구 마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30일 찾은 서울 서남권(강서·양천·영등포·구로·금천·동작·관악) 주택시장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었다.

8‧2대책 이후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매로 갈아타려던 세입자들이 다시 전세로 눌러 앉으면서 수요가 증가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셋째 주 아파트 전셋값 동향을 보면 양천구는 전주 대비 상승 전환했고, 구로구는 상승폭이 확대됐다.

매매가격은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 지역도 있었다. 강서구와 영등포구는 하락폭이 감소했고, 동작구는 하락세에서 보합세로 전환했다. 또 구로구는 보합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금천구는 상승폭이 커졌다. 반면 양천구와 관악구는 소폭 하락했다.

   
▲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 전경.

▲강서구 매매시장 진정국면…전세는 "부르는 게 값"

강서구는 8‧2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난 이후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8월 둘째 주 –0.02%, 셋째 주 –0.01%로 하락폭이 줄면서 진정국면에 들어간 모양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30일 기준)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875건으로 7월(894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올해 6월(810건)과 지난해 8월(868건)과 비교하면 오히려 거래량이 증가했다.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이른 바 ‘마곡지구 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강서구 마곡지구 산업단지 내에는 현재 롯데와 대한해운 등 이미 입주한 14개 업체를 비롯해 2019년까지 100여개 기업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다. 

특히 오는 10월에는 국내에서 단일 연구개발(R&D)단지 중 가장 큰 규모(17만7015㎡)의 LG사이언스파크가 입주한다. 전자·화학·이노텍 등 9개 LG 계열사의 연구 인력만 2만2000여명에 달한다.

강서구 화곡동 대한공인중개사사무소 오지나 대표는 “강서구 일대도 8‧2대책에 따른 충격을 받았지만 마곡지구 개발호재 덕분에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같다”며 “아파트 시세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거래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서구 화곡동 대표 아파트인 강서힐스테이트 59㎡(이하 전용면적)는 6억2500만원, 우장산아이파크이편한세상 59㎡는 6억원으로 지난달과 비교해 시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 가을 이사철과 맞물리며 전셋값은 꿈틀거리고 있다.

오 대표는 “강서힐스테이트 2603가구 중 전세 매물은 7억원에 나온 대형 1가구 뿐”이라며 “대책 발표 이전 매매를 계획했던 수요자 대다수가 다시 전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며 “현재 강서힐스테이트 59㎡ 전세 시세가 4억3500만원인데 4억5000만원에 나와도 계약을 하겠다는 대기자가 줄을 서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5가 '당산삼성래미안4차' 전경.

▲양천·영등포는 관망세 속 실수요자 중심 시장재편

양천구와 영등포구는 8‧2대책 이후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가격 변동 여부를 주시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양천구는 전주 대비 0.01% 하락했고, 영등포구는 0.01% 상승했다.

아파트 거래 건수도 양천구가 7월 617건에서 8월 567건, 영등포구가 7월 532건에서 8월 479건으로 감소했다. 거래 신고가 뒤늦게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9월에는 감소세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양천구 목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8‧2대책 이후 이어지고 있는 소강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목동은 가격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당산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거래를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얼마나 (집값이) 떨어졌는지 살피는 집주인과 주거용으로 살 만한 급매가 있는지 묻는 실수요자들의 문의전화가 있다”며 “서남권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10월 정도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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