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패싱 넘은 코리아 나씽"…한미동맹 등 안보 위기 초당적 대처 시급
적전분열. 대한민국 안보상황이 딱 이 모양새다. 파행국회는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규탄 결의안 채택을 놓고 욕설에 퇴장까지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민주노총 등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배치 반대세력은 전면 투쟁을 불사하겠다며 성주로 몰려들고 있다.

국가기관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는 언론노조 소속 KBS 조합원 1800여 명이 적폐청산 및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북한 핵실험 직후 세계 주요 방송사는 긴급뉴스로 내보냈다. 그 시각 KBS는 '전국노래자랑'을 방영하며 자막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이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상황을 국민에게 즉각 알려야 할 공영방송이 북핵 사태를 외면한 채 '노래자랑'도 모자라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언론적폐를 청산하고 진짜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는 싸움"이라며 파업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언론적폐가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책임 방기보다 클까.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방기한 이들이 언론 적폐를 거론하며 파업을 벌이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지난달 29일 새벽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통과하자 NHK가 보인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대한민국엔 국민의 방송이 없고 국민의 눈에도 국민의 방송은 없다.

이 모든 안보불감 상황은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감도 적지 않다. 사드 배치를 놓고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 한미동맹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북한의 핵 도발이 수차례 이어졌지만 일방통행식 대화를 주장하며 마이웨이를 외쳤다.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장밋빛 운전자론에 취했다.

   
▲ 지난 6월24일 '사드 철회 평화행동' 참가자들이 미국 사드배치 주권침해 중단을 주장하며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에 대한 포위행진을 마친 뒤 사드현수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결과는 중국의 사드보복은 거칠어지고 미국은 한국의 대북유화정책에 불만과 불신을 품었다. 트럼프가 이 엄중한 시기에 '한·미 FTA 폐기'까지 언급한 것은 그의 불편한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한미동맹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고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코리아 나씽'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 보수정권의 대북 압박정책을 탓하지만 햇볕정책 역시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20여 년 동안의 대북정책은 공염불이 됐다. 정권 입맛에 따른 '내로남불'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놓고 우왕좌왕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더 이상 줘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엇박자도 문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4일 국회 원내대표 교섭회의 대표 연설에서 "북·미간, 남·북간 대화가 열리는 장래를 준비해야 하며 북한과 미국 동시에 특사를 파견하자"고 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가장 강력한 응징"을 공언했다.

추 대표의 발언은 지나치게 근시안적이고 안일하다. '신세대 평화론'을 외치고 있는 추 대표는 김정은을 '30대 신세대'로 규정한다. 이제라도 신세대적 사고와 각성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점잖게 타이른다. 그의 대북인식관과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이 소름 돋게 한다.

김정은이 더욱 위험한 것은 젊기 때문이다. 3대 세습으로 권력을 이어 받은 그에게 보이는 것은 거칠 것 없는 젊은 독재자의 모습이다. 고모부 등 측근까지 무자비하게 쳐냈다. 오직 핵과 미사일에 미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세계가 아는 문제를 추 대표만 모른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선 대략 7년에 한번 꼴로 전쟁이 일어났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고 대륙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는 지정학적 위치였기 때문이다. 왜구들은 신라시대에 20회, 고려시대에는 515차례였다고 고려사에 기록돼 있을 정도다. 몽고와 중국의 크고 작은 침략까지 합치면 900번 이상의 침략을 받았다. 한반도의 역사는 침략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기구하다. 그리고 한반도는 아직 휴전상태로 끝나지 않은 전쟁의 땅이다.

김정은의 마지막 목표는 그들에 의한 통일, 즉 '민족해방의 완성'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 위에 미국과 '대등한 대화'를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이 노리는 수순은 미국과 적대적 관계 청산,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의 철수다. 그때까지 김정은 핵 포기는커녕 유리한 협상을 위해 핵 역량을 증대시켜 나갈 것이다.  

세계는 지금 세계최강 무기가 33세의 젊은 독재자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핵을 이고 사는 대한민국만이 한가하다. 국회는 국회대로 파행을 거듭하며 난장판이다. 당청은 엇박자를 내고 사드 반대를 외치는 세력은 성주로 몰려들고 있다. 공영방송은 파업중이다. 전쟁에 대한 서양의 경구가 따갑게 다가온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