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판매감소 후폭풍 현실화…업계 "합리적 임금체계 필요"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기아차가 오는 25일부로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이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노조에 발송했으며 생산현장에도 공고문을 게시했다. 

21일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소송 판결 이후 잔업 및 특근시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며 "잔업을 중단하고 특근을 최소화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조립라인 /사진=기아차 제공


앞서서울중앙지방법은 지난달 31일 “기아차 정기상여금 및 중식비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라며 “기아차는 근로자들에게 원금과 이자 포함 총 4223억원을 지급하라”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1심 판결로 인해 약 1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 충당금 설정으로 3분기 영업이익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법원 1심 결과에 따라 과거분을 지급해야 할 뿐 아니라, 향후 미래분은 특근, 잔업 유지 시 기존보다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통상임금으로 인해 특근 및 잔업을 시행할수록 임금이 가중되며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특근 및 잔업을 이어기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기아차의 주장이다. 

이번 조치로 중단되는 잔업시간은 1조 10분, 2조 20분 등 총 30분으로 광주공장 기준 근무시간은 기존 1조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50분, 2조 오후 3시50분부터 다음 날 오전 12시50분에서 1조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40분, 2조 오후 3시50분부터 익일 오전 12시30분으로 변경된다.

기아차는 추가적인 근로시간 및 심야근로 축소를 통한 근로자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100대 국정과제 중 71과제인 '휴식 있는 삶을 위한 일과 생활의 균형 발전'을 통해 올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립한 바 있어 이같은 정책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올 3월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과 해외에서의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판매하락, 재고가 늘어난 점도 특근 최소화 이유로 제시했다.

기아차에 따르면 올 7월까지 기아차 중국 누적판매는 17만2674대로, 전년대비 52% 감소함. 사드 여파가 집중된 2분기 판매만 감안할 경우, 5만2438대로 전년 동기 약 64%나 감소했다.

미국시장도 업체간 경쟁 심화로 인한 판매 감소, 수익성 하락뿐 아니라, FTA 재협상 압력 등으로 인해 시장전망이 불투명하다고 기아차는 설명했다.

기아차는 △근로자 건강 확보 및 삶의 질 향상 △정부 및 사회적 이슈인 장시간 근로 해소 정책 부응 △사드여파 등 판매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조정 △통상임금 소송 결과 특근, 잔업시 수익성 확보 불가 등으로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기아차의 잔업중단과 특근 최소화는 통상임금 1심 판결 직후 업계에서 이미 예견된 수순이다.

통상임금으로 인해 특근 수당과 잔업시 임금이 가중되는 임금체계 하에서는 추가 근무를 시행할 수록 회사 측의 손실이 커지고 이는 결국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통상임금 문제로 촉발된 산업계 전반을 둘러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근로자가 대내외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이를 통한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리적인 임금체계의 개편은 통상임금 문제의 근본적 해결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기업의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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