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SNS에 '서비스 품질이 좋지 않다' 글 올리겠다고 협박
한때 서비스산업이 도입되면서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었다.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산업군에는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이러한 정책은 한국 서비스산업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블랙컨슈머'라는 말이 나오고 소비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기업과 직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비자 만족' 정책의 부작용이다. '갑과 을의 전도', '을의 갑질화'가 보다 노골화되고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블랙컨슈머'의 현실을 심층적으로 따져보고, 기업이나 직원들의 피해사례 등을 소개한다. 아울러 '블랙컨슈머'가 아닌 '화이트컨슈머'가 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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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기획-블랙컨슈머⑨]현장을 가다-할인점

[미디어펜=나광호 기자]#1.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고객센터를 방문한 A 씨가 선물받은 과일 선물세트를 들고 와서 "맛이 없다"며 환불을 요구하자 과일코너 담당자가 당도 측정기를 가져와 당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 실제 매장에서 시식용으로 나온 과일보다 당도가 높았고, 이에 A씨는 "당뇨병에 걸려 당도 높은 과일을 먹지 않는다"고 태도를 바꾸더니 다시 선물세트를 들고 돌아갔다.

#2. B 씨는 홍삼 선물세트를 가져와 상품권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청, 직원이 제품을 확인해 본 결과 한 박스가 개봉됐고, 2포가 사라졌다. 이에 대해 B 씨는 "먹은 적이 없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잠시 후 도착한 가족 중 한 사람이 "어제 하나 마셨다"고 증언해 상황이 종결됐다.

이밖에도 할인점 고객센터에서는 완구 제품을 들고와 "툭 쳤는데 부러졌다"며 환불을 요청하거나, 생활용품 세트를 받았는데 자신이 쓰는 샴푸가 아니라며 교환을 요구하는 등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명절에 받은 선물세트를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환불·교환하려는 '블랙컨슈머'들로 대형마트가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블랙컨슈머에 대해 영업방해·협박·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고소로 대응하는 등의 방안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블랙컨슈머의 숫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대형마트를 비롯한 할인점들이 '블랙컨슈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이마트


지난 2011년 대한상공회의소가 314곳의 국내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83.4%에 달하는 기업들이 '블랙컨슈머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일부 유통기업의 경우 관련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는 인터넷 카페·SNS 등에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겠다며 협박하는 유형의 블랙컨슈머들을 주목하고 있다.

매장에 방문해 영업방해를 하는 유형은 한 두 사람의 문제로 끝나거나 현장에서 해결이 가능한 반면, 인터넷에 악소문을 퍼뜨리는 경우 문제가 커지고 매출의 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컴플레인에 대해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음을 설명하면 동네사람들한테 말하고 페이스북에 올리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고객들이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가 드러나면 결국 그 소비자는 처벌을 받지만 다른 소비자들의 인식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매 후 이틀 동안 사용도 안 했는데 고장이 났다고 환불을 요청하며 직원에게 손찌검까지 하려는 고객이 있어 알아보니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던 경우도 있었다"며 "환불·교환에 대한 걱정을 덜어드리려는 노력을 악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선량한 소비자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한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깊이 사과드리고 관련 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법률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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