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주영 기자]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연간 판매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내년 판매 목표 전략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기점으로 중국시장 판매량은 회복했지만 가장 부진한 미국시장에서 판매량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말께 세부 내용이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으로는 긍정적인 수치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
|
|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
현대·기아차는 올해 연간 판매 목표치를 사상 최대 수준인 825만대(현대차 805만대 기아차 317만대)로 올려 잡았지만 이마저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올 들어 3분기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동차 총판매량은 528만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목표인 508만대 중 내수와 수출을 합쳐 10월까지 367만3494대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224만2667대를 판매했다. 이는 연간 누계 대비로 각각 5.6%, 6.6% 하락한 수치다.
현대기아차가 내년도 판매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세우면 1년만에 다시 판매 목표를 낮추는 셈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판매목표는 올해보다 적은 813만대였다.
비록 내수시장과 중국 판매량이 하반기들어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 시장 판매량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판매하는 모델들이 최근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공장 출하량은 2만 6000대, 2만 63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8.4%, 16.3% 줄었다. 1~10월 누계실적도 각각 29만 1486대와 26만 946대로 전년 동기보다 12.4%, 18.1% 감소했다.
차종 별로는 엘란트라, 쏘나타, 싼타페의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각각 16%, 19%, 21% 감소했다. K5, 쏘렌토, 싼타페 출하량도 27%, 12%, 11%씩 빠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3분기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2009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인 7.5%로 주저앉았다. 이는 같은기간 미국 시장점유율이 15%로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한 토요타와 상반되는 실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권 이후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이 예상되는 것도 수출이 주력인 현대·기아차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미 FTA 재협상도 자동차 수출 관세에 대한 양국 통상 협의 문제가 남아있는 만큼 상황의 불확실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
|
|
▲ 현대차 투싼 /사진=현대차 제공 |
특히 멕시코 현지에 생산공장을 둔 기아차는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되면 멕시코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완성차의 미국시장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판매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만 사드 훈풍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국 시장 판매가 개선되는 점은 호재다. 현대·기아차는 10월에 중국 시장에서 각각 8만16대, 4만2505대를 판매했다.
중국 내 상반기 기준 판매 감소율도 50%에서 10%대로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 합계로는 지난달 12만2521대 판매로 전년 동월 대비 23%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 56.6%, 54.6%에서 상당 부분 회복한 수치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달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개관식 참석차 중국으로 떠나 판매 회복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9월 베이징현대 충칭공장 가동을 시작하는 한편 연내에는 현지 전략형 모델인 ‘신형 ix’를 출시한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 조직과 판매망을 새롭게 개편하고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며 내실을 다져가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현대차는 내년 미국 생산·판매법인 통합을 앞두고 사전 임원 보직 변경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미국 법인장은 각각 이경수 부사장과 손장원 전무가 맡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뿐만 아니라 인도 러시아 유럽 등 일부 법인장도 잇따라 교체해 해외 조직 개편을 앞둔 인사를 매듭지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또 최근 미국에서 ‘3일 머니백’(3-day money back guarantee) 서비스를 도입했다. 상품이 불만족스러울 경우 3일 안에 자동차를 환불해주는 획기적인 이벤트로 내년까지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기아차 역시 유사한 방식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적 보복이라는 변수가 존재했지만, 미국에서는 이같은 변수가 작용하지 않았음에도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어 온전히 현대차 자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