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한국경제연구원이 유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육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20일 '유통산업 육성이 시급한 5가지 이유' 보고서를 발표, 유통산업의 대내외 환경변화를 고려해 규제중심의 인식에서 육성중심의 정책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유통은 고용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산업으로 고용비중이 전체 산업평균인 4.8%의 3배 수준인 14.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고용창출 효과도 높아 대형 복합쇼핑몰 1개가 특정 지역에 입점하는 경우 5000∼6000명의 상시 고용이 이루어진다. 총 1만명 이상의 취업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1개 대형마트 신설이 약 200명의 지역 고용의 증가를 유발한다는 실증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쇼핑은 한국 관광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복합쇼핑몰, 아웃렛 등의 대규모점포가 해외 관광객의 소비, 관광 및 문화 체험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외국 여행사는 한국 관광 상품에 아웃렛을 포함하는 등 대형점포가 집객 기능을 수행한다. 

한경연은 "세계 유통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유통의 초기 단계인 수요 예측에서부터 주문, 매장 운영, 결재, 물류까지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국내 유통기업들은 유통산업 규모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고 실적마저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글로벌 혁신 유통기업에 대한 Fast Follow 전략마저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실제로 국내 200대 유통기업은 최근 4년간(2012~2016년) 영업이익은 24.8%, 순이익은 40.5%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국내 유통 소매기업 상위 200개사의 전체 매출액은 128.4조원이다. 이것은 미국의 코스트코 1개사의 매출액 137.8조원보다도 적고, 월마트 매출액 563.9조원의 22.8%(약 1/5), 아마존 매출액 157.8조원의 81.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포춘 글로벌 500'기준으로 업종별 글로벌 1위 기업과 비교해도 국내 유통산업의 취약한 글로벌 경쟁력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포춘 글로벌 500'에서 한국 기업이 포함된 9개의 산업군 분석 결과, 산업 내 글로벌 1위 기업과 매출액 격차가 가장 큰 분야는 유통산업이었다. 전자와 제철이 각각 1.0배, 1.4배이지만, 유통은 19.1배에 달했다.

한경연은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유통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라며 "프랑스는 대형점포 입점제한 등 강력한 유통규제를 시행해 왔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 사전 허가 기준 및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은 도심활력 제고를 위해 대형업체의 교외 진출을 오히려 제한하고 있고, 일본은 1997년 중 대규모 점포 출점 규제에 대한 미국의 WTO 제소 이후 진입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규제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는 유통규제 강화 목적의 법 개정안이 28건 계류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영업제한 시간을 확대하고, 규제대상을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등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과 편의가 배제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세계 유통시장은 국경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고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24시간 열려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유통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