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FA(자유계약선수)들이 대거 쏟아져나와 역대급 시장이 펼쳐질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FA 시장이 잠잠한 편이다. 눈치보기 속 은밀한 물밑 협상이 진행되는 것일까, 아니면 시장이 냉각된 것일까.

지난 8일 FA 시장이 열렸으니 보름 이상이 지났다. 그동안 FA 계약 소식은 4건 있었다. 롯데 문규현이 개장 첫 날 제1호 계약자로 롯데에 잔류했고, 13일에는 미국에서 유턴한 황재균이 원소속팀 롯데 대신 kt와 계약했다. 이어 17일 권오준이 삼성과 재계약했고, 21일에는 유일한 포수 자원이었던 강민호가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다.   

변수도 있었다. 22일에는 2년만에 열리는 2차 드래프트가 시행돼 총 26명의 선수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현재 FA 시장 남아 있는 선수는 김주찬(KIA), 민병헌 김승회(이상 두산), 손아섭 최준석 이우민(이상 롯데),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이상 NC), 정의윤(SK), 채태인(넥센), 정근우 박정진 안영명(이상 한화), 이대형(kt) 등 15명이나 된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국내 복귀가 유력한 김현수도 있다.

   
▲ 이번 FA 시장 '외야수 빅3'로 불리는 손아섭, 김현수, 민병헌. /사진=롯데 자이언츠, 볼티모어 오리올스, 두산 베어스


강민호 이후 계약 소식이 잠잠해진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이른바 '외야수 빅3'의 행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높아진 몸값에 대한 부담감이다.

외야수 빅3는 손아섭 민병헌 김현수를 말한다. 어느 팀이나 탐낼 만한, 빼어난 타력과 수비능력을 갖춘 선수다. 누군가 먼저 한 명이 계약하면 그에 따라 영입전의 지형도가 달라진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손아섭과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계약 문제가 걸려 있다. 손아섭은 미국 진출을 선언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황재균, 강민호를 모두 놓친 롯데는 손아섭은 꼭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미국 진출이 성사되면 하는 수 없이 '플랜B'를 가동해야 한다. 손아섭을 대신할 외야수를 확보해야 하고, 자연스럽게 민병헌 등에게 눈길을 보내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김현수도 메이저리그 잔류를 우선시 하고 있어 당장 국내 팀과 계약 소식을 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2월 중순 열리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지나야 거취가 정해질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빅3' 가운데 민병헌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는다. 일단 원소속팀 두산은 '적정선'의 몸값을 책정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민병헌은 시장의 평가를 받아보고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보다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해주는 팀을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최근 수 년 사이 치솟은 FA 몸값이다. 이번에 계약을 한 황재균이 88억원, 강민호가 80억원을 받았다. 둘의 몸값이 많으냐 적으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지난해 최형우가 삼성에서 KIA로 FA 이적하며 100억원 시대를 열었고, 조금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는 150억원이나 받았다. 차우찬이 삼성에서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받은 돈이 95억원이었다.

당연히 대어급 선수들이 기대하는 자신의 몸값은 높아져 있고, 구단들은 이런 기대에 맞춰주려면 거액을 준비해야 한다. 외부 FA 영입에는 금전 및 선수 보상까지 더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FA 시장에서 이미 철수를 선언한 팀들도 많다. SK 넥센 한화는 외부 FA 영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재균 영입에 성공한 kt, 강민호를 데려간 삼성이 추가로 FA선수를 보강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올해 통합우승을 달성한 KIA는 양현종과의 계약 등 내부 단속이 더 급하고, NC도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빅3의 원소속팀 롯데 두산을 제외하면 현 시점에서 시장의 큰손(?)은 LG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요 공급 측면에서 수요가 줄어들면 공급가는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미 몸값이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이런 경제적 원리가 FA 시장에도 적용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또, 예상 못한 팀에서 꼭 필요한 전력을 채우기 위해 깜짝 영입을 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문규현 권오준처럼 몸값이 크게 높지 않은 선수들의 계약도 팀 사정, 이적시 보상 문제, 선수 자존심 등으로 눈치보기가 이어지고 있다. 

어쨌든 이번 시즌 FA시장은 쏟아져나온 물량에 비해서는 영입 경쟁이 뜨거워지지 않으면서 폐장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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