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아
1조원 민간 구조조정 펀드 조성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성동조선해양·STX조선해양에 대해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주관으로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는 가운데 조선업계가 부실기업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내년부터 발주 물량 증가 등 업황 회복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중국·싱가포르 업체와의 경쟁으로 크게 수혜를 입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부실기업을 존속시키면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 성동조선해양에서 200번째로 로드아웃된 10만9000톤급 정유운반선(왼쪽)·STX조선해양에서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오른쪽)/사진=각 사


앞서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1조원 규모의 민관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고, 성동조선·STX조선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보고서가 발표됐음에도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내년 2월로 미루기로 했다.

펀드가 국책은행이 가진 부실기업 채권을 매수한 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식이지만, 민간 자본 투입이 저조할 경우 공적자금으로 부실기업을 살리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방식과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내년 6월 만료되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기간을 연기, 고용지원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시 일자리 감소로 인해 타격을 받는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밟기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구조조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삼성중공업 판교 R&D센터·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전경·대우조선해양 서울 다동 본사·STX조선해양에서 건조한 LR1 탱커/사진=각 사 제공

성동조선의 수주잔량은 지난 2014년 12월 76척에서 이번달 5척으로, 같은 기간 STX조선은 92척에서 15척으로 감소했다. 한진중공업과 대한조선 역시 수주잔량이 감소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지난 2015년 대비 인력을 각각27%·43% 감소시켰음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추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수주액이 증가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업체들도 일감 부족으로 지난 1월부터 생산직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이어가는 가운데 '수주 절벽'에 부딪힌 업체까지 존속한다면 원가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업계는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는 최근 5년간 한계기업에 34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부실기업 정리에 반대되는 행보를 이어왔다"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금융위가 주도했을 때도 어려웠는데 산업부 주도 하에서는 더욱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 포기는 결국 산업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통해 외부 자금으로 연명하는 기업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장시킬 수 있어야 산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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