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 10조, 2040년 160조 재원 눈덩이, 일하며 건강챙기는 어르신 많아야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5월 8일 어버이날, 기초연금과 관련된 노인복지 이야기를 꺼내려니 마음이 무겁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짚고 넘어가야겠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복지공약인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기초연금법안이 결국 통과했다.

다만 이번 법안에서 소득이 적은 70% 노인에게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10만∼20만원씩을 차등 지급하되, 국민연금을 받는 액수가 30만원이 안 되는 노인에게는 예외적으로 20만 원을 모두 주는 안으로 수정되었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평균 연금수령액 월 32만 원을 고려해 이보다 연금을 덜 받는 노인들에게는 기초연금을 최대한 보장해 준다는 취지다. 결국 대통령의 공약은 지킨 꼴이 되었다.

이번 법안 통과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을 실행하는 법안이기에 참 걱정스럽다. 원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는 월 20만 원을 준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시행 첫 해 소요예산 10조 원을 시작으로 2020년 28조원, 2040년 160조원, 2060년 390조원 등으로 눈덩이 불어나듯 커지는 부담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에 대한 정부안을 반대하면서 사임하는 등 논란도 많았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가입자별 개인소득에 연동되는 비례급여와 가입자 전체 평균소득에 연동되는 균등급여의 두 축으로 구성되고 있다. 후자인 균등급여를 기초연금의 일부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금전적 기여를 토대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보험제도이며, 기초노령연금은 가입자의 기여를 전제하지 않는 공공부조의 사회보장제도이다.

선별적 공적 노인부조인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노인복지 급여인 기초연금으로 확대, 개편하는 정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노령자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만 급속히 확대되고, 평균 수급액이 늘어남에 따라 기초연금수급자가 줄어들게 된다. 결국 기초연금은 일부 빈곤층 노인들만을 위한 공공부조로 축소되다가 그것마저도 제 기능을 못 하게 될 것이다. 원칙과 기본 틀을 무시한 채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상계 처리하겠다는 것은 발상부터가 잘못된 포퓰리즘적 정책이다. 결국 기금 고갈, 운영재원이 부족해서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제도들이라서 벌써부터 복지세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증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날림공사는 언제나 큰 사고를 불러와

7월 시행을 앞두고 관련 정부부처는 밤새근무를 해야한다고 난리다. 아무리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한국사람이라고 하지만 해도 해도 졸속행정, 날림공사이다. 4개월 이상 걸리는 입법예고부터 수급대상자 DB조사, 시스템 구축, 테스트 검증까지 2개월 안에 가능할까? 기존 기초생활보장사업 시행을 준비하는데 1년, 기초노령연금 9개월, 장애인연금은 6개월이 걸렸지만 아직도 제도 시행의 문제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기초연금이 성공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급대상자 소득 수준, 재산, 국민연금 가입 기간 등 고려해야 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급하게 만들어진 전산프로그램에 오류라도 생길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을 어찌 감당할런지 걱정이다. 기초생활비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정작 지급받아야 할 노인은 제외되고 받으면 안 될 노인이 받게 되고...얼마 되지 않은 돈 때문에 노인의 마음에 더 큰 상처가 남지 않을까 그것도 걱정이다.

이번 법안 통과로 조금이나마 노인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기초생

   
▲ 국회가 이달초 65세이상 노인들에게 10만~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켜 기초연금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재원은 첫해만 10조원이 소요되고, 2040년에는 160조원이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재원마련도 커다란 과제다. 퍼주기 노인복지보다는 필요한 노인들에게 선별적 복지를 제공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노인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기초연금 재원부담도 줄어든다.
활비에도 못 미치는 월 20만 원도 다 지급하지 못해 국민연금 가입자와 비가입자, 고소득자와 중·저소득자를 구분해 차등 감액하는 정책으로 복지국가를 구현할 수 있을련지 의문이다.

최고의 노인복지는 사각지대 해소와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
 

요즘 선거를 앞둔 여야는 물론 정치인들은 국민 복지 향상과 생활 안정을 위해서 복지정책에 민감해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근대화를 기치로 산업화와 수출에 혼신을 다했던 정부는 선성장 후분배 정책을 바탕으로 더 먹을 수 있는 파이를 키우는 데 역점을 두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뼛속 깊게 박힌 반공주의와 경제성장주의의 영향으로 국민도 나누기보다는 키우기에 힘을 보탰다. 복지 프로그램 도입이 순탄했던 것은 그에 대해 정치적·사회적으로 어떤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국민이나 정치권에게 배분보다는 성장이 더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복지와 관련된 정책은 실현 가능성 없는, 약속만 하고 지키지 않는, 인기를 얻어 표만 챙기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선거 도구로서만 반짝했다. 하지만 보수는 시장 자유주의의 이념에 기초해 복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냈으며, 무상급식을 바탕으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진보진영은 이에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간 주로 학계에만 제한되었던 선별주의 대 보편주의 논쟁이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까지 확대되었다. 지난 총선을 거쳐 대선까지 여야 후보들은 국민의 복지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초고령화 사회에 따른 21세기 고려장이라 불리는 독거노인이 증가하고 있다. 자녀들과 연락이 끊긴 채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노인인구가 10만 명이 넘고 있다. 아직도 일하고 싶어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그냥 집에서 나오지 않고 전전긍긍하시는 노인들이 태반이다. 노인복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에 갇힌 노인들을 위한 선별 복지와 평생 건강하게 생활하면서 주변과 소통하며 지낼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 환경미화 같은 공공근로 아닌 양질의 일자리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노인일자리가 아닌 노인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도 곧 다가온다. 조기 퇴직, 자식으로부터 버림 그리고 외로운 죽음.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