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비트코인 ‘광풍’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덮치면서 정부가 그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때 비트코인 시장 ‘선점’을 목표로 했던 국내 증권사들은 이제 하나같이 비트코인은 물론 가상화폐 전체와 거리를 두려는 채비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의 ‘선 긋기’가 자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겠다는 판단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던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전국 영업점에 공문을 발송했다. 자사 임직원에게 가상화폐와 관련된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공문 내용은 “가상화폐 관련 업종에 대한 계좌 개설 시 고객이 가상통화 취급업자인지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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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대신증권 역시 지난 18일 임직원용 공문에서 “가상통화 거래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고객에게 가상통화에 대해 설명하거나 투자를 권유하는 행위뿐 아니라 다른 직원에게 권하는 행위도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사내 이메일을 통해 “고객이나 지인을 상대로 가상통화 투자상담 행위나 매매·중개·주선·대리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가상화폐와 관련된 각종 행사들도 취소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가상화폐 거래 관련 세미나를 기획했었지만 현재 취소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관련 세미나를 계획했으나 결국 취소했다.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증권사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투자 위험성’이다. 비트코인 관련 ‘광풍’이 위험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에 그 흐름을 가속화 하는 행위를 증권사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속내는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견해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업계가 정부에 대해 여러 가지 불만을 갖고 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정부의 기조에 리듬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가 국내 증권사들에 대한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정황 또한 없지 않다. 예를 들어 최근 KB증권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을 제치고 금융당국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발행어음 2호 사업자 선정 테이블에 안착했다. 다른 회사보다 높은 징계(기관경고)를 받았음에도 발행어음 인가를 더 빨리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KB증권의 ‘대주주 교체’야말로 진짜 비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KB증권의 주인이 현대그룹에서 KB금융으로 편입되면서 금융사들의 지배구조에 민감한 새 정부의 평가기준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초대형IB 이슈가 정부의 ‘의도’를 파악해 움직이려는 금융사들의 움직임을 더 발 빠르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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