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싸움‧낙하산 인사‧新관치 '삼중고'
올해 코스피 지수가 무려 6년 만에 박스권을 탈출하며 약 20% 상승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내실을 알고 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IT주들의 성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연말에는 비트코인 열풍이 시장을 어지럽게 만들기도 했으며, 지난 5월 출범한 새 정부는 금융권에 엄격한 태도를 견지하며 긴장감을 제고시키고 있다. 미디어펜은 올해 증권가 이슈와 내년 전망을 3부작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반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심경은 여전히 복잡해 보인다. 개혁 성향의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보이지 않는 파벌 싸움과 낙하산 인사는 그대로다. 최근에는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이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때 아닌 긴장감을 조성하며 내년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이른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금융계 안팎에서도 많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적폐(積弊)라는 단어가 유행한 것에서 보듯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은 악‧폐습이 일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았다. 

   
▲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반년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금융투자업계의 심경은 여전히 복잡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증권가의 기대감에 균열이 생긴 것은 새 정부의 금융권 인사부터였다. 신임 금융감독원장과 관련된 하마평이 나오는 과정에서 이른바 장하성 청와대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파벌 싸움의 윤곽선이 어느 정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현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이 물망에 올랐다가 실제로 최흥식 전 서울시향 대표가 취임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장기하 라인(장하성‧경기고‧하나금융)과 문재인 캠프 라인의 충돌상황이 외부에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나아가 한국거래소(KRX) 신임 이사장 공모과정은 새 정부가 과연 적폐 청산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를 의심케 만들었다. 새로운 이사장을 추대하기 위한 공모 과정에서 서류심사 결과 발표 하루 전 갑작스런 ‘공모 연장’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2005년 통합거래소가 출범한 후 처음 있는 일로, 일각에선 정권이 밀고 있는 특정 인사에게 특혜를 주려는 ‘큰 그림’이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급기야 유력 휴보였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자진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세간의 음모론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우여곡절 끝에 금융권 인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설화(舌禍)가 뒤따랐다. 금융권 수장인 최흥식 금감원장이 “(금융지주회사의) 승계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기준과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감원장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옹호론도 있지만 민간기업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민간 금융권에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의 협조 혹은 인가 없이는 제대로 영업활동을 하기 힘든 국내 금융환경의 특성상 금융투자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을 뿐 감히 당국에 반발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증권가 최고의 관심사인 초대형 투자은행(IB) 건만 해도 그렇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초대형 IB의 경우) 당국의 눈 밖에 나면 회사 전체의 운명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누가 바른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내년이라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진행 중인 신임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내심 기대를 거는 눈치다. 업계의 이해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당국에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단, 연임이 확실시되던 황영기 현직 회장이 자진사퇴를 하게 된 배경에도 당국의 ‘간섭 아닌 간섭’이 있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들이 그룹 후원을 받아 계속 회장에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런 경우가 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황영기 회장을 ‘저격’한바 있다. 

금융업계에서 ‘낙하산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인 금투협 인사에 대해서 금융위원장이 사실상의 간섭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내년에도 업계와 당국이 이런 식의 긴장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초대형 IB나 거래소 지주사 전환 같은 굵직한 과제가 과연 내년에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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