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경도 미국과 등거리…일본마저 소원해지면 동북아 고립무원 신세
철부지란 '철없는 어린아이 혹은 철없어 보이는 어리석은 사람'을 뜻한다. 나잇값 즉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싸잡아서 비난하고 경멸하는 표현이다. 세대별로 생각해보는 철부지 같은 말은 다음과 같은 표현이 아닐까 여겨진다.

중학생이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라고 했을 때 ("네가 인생을 얼마나 살아 봤는데! 직장인이면 몰라도 학생은 공부가 가장 중요하고 가장 큰 효도야!")

대학생이 "세상은 전부 썩었어요. 모두 바꿔야해요."라고 했을 때 ("네가 바꿀 수 있는게 얼마나 되는데? 자기 스스로를 바꾸는 게 가장 힘들단다!")

젊은이가 "돈이나 지위는 필요 없어요. 사랑이 전부예요."라고 했을 때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이 뒷문으로 도망간다는 옛말이 있다!")

   
▲ 한일위안부 협상을 놓고 한일관계가 냉각되고 있다. /사진=(좌)청와대,(우)연합뉴스 제공

직장인이 "이 놈의 직장 당장 때려치워야지. 아니꼽고 더러워서."라고 했을 때 ("밖에 나가면 거긴 지옥이란다!"라는 드라마 <미생의> 말)

어르신이 "정치가 문제야. 정치인들 싹 물갈이 해야 돼!"라고 했을 때 ("네가 정치를 하는 순간 너는 더 썩은 정치인이 될거야! 권력의 속성은 그런거란다!")

국민들이 "중국 되놈들하고 일본 쪽발이는 아무 것도 아니야!"라고 했을 때 ("중국은 군사력 경제력에서 세계 2위이고, 일본은 경제력 3위인데 한국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해서 붙으면 바위로 계란치기 하는 게 현실이야!")

정치인이 "중국이 사드 문제를 통크게 해결해주고, 일본 위안부 협상을 다시 해야한다!"고 했을 때 ("그건 네 생각이고 더 힘이 센 중국과 일본은 네 말에 기분이 나빠 보복부터 할걸! 그 피해는 네가 아니라 국민이 보는데, 해결책은 있고 보복을 견딜 자신이 있니?")

한일관계 뇌관이 된 12.28 위안부 이면 합의- 내용의 적절성 여부는?

날짜가 참으로 공교롭다.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합의문'의 이면합의 내용이 정확히 2년 후 그 날짜에 공개됐다. 문재인 정부를 적극 지지하는 한겨레신문은 '일 "정대협 설득, 성노예 단어 금지"...거의 다 들어준 한국"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가 '거짓말이었다'고 몰아부쳤다. 

전임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적폐를 한 더 생산해서 '일본 얘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분을 사게 했다. 문재인 정부를 대변하는 방송으로 일컫는 한 방송은 뉴스 시간의 20분 이상을 '위안부 이면 합의'로 채웠다. 

'위안부 이면 합의'의 내용을 살펴봤다. 

첫째, 일본이 '정대협 등 단체가 불만 표명할 경우 한국 정부가 설득해주기 바란다'고 하자 한국은 '관련 단체 등의 이견 표명땐 설득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부분은 외교적 수사일 뿐 행동강령은 아닌 듯 하다) 

둘째, 일본이 '해외에 위안부 기림비는 적적하지 않다'고 요구하자 한국은 '해외 기림비는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전형적인 외교적 수사일뿐 한국이 책임질 부분은 없어 보인다)

셋째, 일본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어떻께 할 것인가'라고 묻자 한국은 '관련 단체와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노력은 외교적 수사일 뿐이다)

넷째, 일본이 '한국 정부는 앞으로 '성노예' 단어를 쓰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하자 한국은 '이 문제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일' 뿐이다'고 답했다. (성노예라는 표현은 민간단체의 용어일뿐 정부간의 협의문에 쓸 만큼 젊잖은 용어는 아니다)

'위안부 이면 합의 내용'을 보니 대체로 외교적 수사가 들어 있을 뿐 한국이 굳게 약속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차라리 문제가 된다면 한국이 '불가역적 사죄'를 강조했는데, 합의에서는 '문제 해결의 불가역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이 바뀌었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하겠다. 전문가들이 "이번에 새로 밝혀진 비공개 부분이 12.28 합의를 파기하거나 뒤집을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게 맞는 듯 하다.

   
▲ 문재인 정부의 이번 행보가 더욱 걱정되는 것은 한국-중국-일본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판도에서 한국이 왕따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정상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왜 정부간 약속을 깨고 공개 - '우리'와 '적폐세력'의 이분법 공세

문재인 정부의 이면 합의서 공개는 한일 관계를 더욱 냉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4강 즉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감안할 때 자연스럽게 세계 4강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외교는 '미국과 엇나가고, 일본과 멀어졌으며, 중국에 무시당하고, 러시아에 외면당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가장 가깝게 문재인 중국에 가서 홀대와 냉대를 몽땅 받고 온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이렇게 점수를 잃고 있는데도 이번에 '위안부 이면 합의서'를 공개한 것은, 좌파 정부 특유의 '우리들'과 '적폐세력' 이분법의 원칙이 적용되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가뜩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에 '위안부 이면 합의 공개'를 통해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들은 일본 문제라면 이성을 상실하고 달려드는 성향을 이용하려는 숨은 뜻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이런 행보는 '한중 정상회담이 '대중 외교의 대참사'로 인식되는 것 이상으로 '대일 외교의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신각수 전 일본 대사가 언론에서 "비공개하기로 한 내용을 (그것도 2년만에) 공개하고,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하의라고 정리했으니 일본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기존 합의를 이행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더 커질것"이라며 "정부의 대일 정책에도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중앙일보 12월28일)

문재인 정부의 이중잣대 외교라는 시각도 있다. (임종석 비서실상의 UAE 방문은) 국익을 해친다고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서 계속 말을 바꾸고, (위안부 이면합의는) 투명한 진실 규명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행보가 더욱 걱정되는 것은 한국-중국-일본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판도에서 한국이 왕따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강하게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내년 중·일 평화 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주석과 아베 일본 총리의 상호 방문을 성사시킨다는 구상이 오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본이 시진핑의 숙제인 화장실 문제 해결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 13일 난징 학살 80주년 행사장에 참석만 하고, 일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일본이 학살의 주역인 데도 전혀 탓을 하지 않은 것이다. 착한(?) 문재인 대통령은 드러내놓고 친중반일(親中反日) 외교를 펼쳤다. 순박한 것인지 순진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외교에서는 국익이 최우선인데 그런 원칙은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누가 정말 대한민국 외교를 생각하는 것일까? 이번 '위안부 이면 합의서 공개'를 보면서 '근시안들이 망치는 철부지 외교와 땜질 외교의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와중에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언론은 '지혜를 발휘할 때'라는 공허한 외침, '힘이 정의'인 국제사회에서 씨알도 안 먹히는 논조의 글을 내놓고 있다. 그걸 읽고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말은 정말 정확한 명언인 듯 싶다. /김필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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