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삼성전자가 미국에 새로 지은 가전 공장을 조기 가동한 가운데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인한 관세 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미국이 ‘나프타’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비한 측면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 공장 출하식을 갖고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 2020년까지 약 3억8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약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하고 미국 시장의 수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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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 공장에서 출하식 행사를 가졌다. 왼쪽부터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 랄프 노만 연방 하원의원, 팀 스캇 미 상원의원,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팀 백스터 삼성전자 북미 사장, 김영준 아틀란타 주재 총영사./사진=삼성전자 제공 |
이날 출하식에 참석한 헨리 맥마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삼성전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 공장을 기회로 미국 시장에서 더 큰 도약을 하길 기대하며, 그 여정을 사우스캐롤라이나가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미국이 수입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공장 가동을 시작하려고 준비해 왔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3일 ‘2018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미국 공장 완공이 이달 안에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는 다음 달에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조기 가동으로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인한 관세 부과 피해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와 같은 처지인 LG전자도 세이프가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초 내년 1분기로 예정된 테네시주 몽고메리카운티의 세탁기 공장 완공 시점을 올 하반기로 앞당길 예정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 여부를 밝히겠다고 하자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멕시코산 제품에 35% 관세를 부과할 경우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멕시코 공장에서 TV, 세탁기, 생활가전 등을 생산해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때문에 양사가 미국 공장 가동을 서두르는 것은 세이프가드 발동 뿐 아니라 나프타 탈퇴 여부에 대한 ‘큰 그림’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북미 시장’은 매우 중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한 해 매출의 3분의 1을 미국을 포함한 북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LG전자 역시 지난 2015년 12.4%에서 2016년 15%, 2017년 3분기 누적 16.5%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부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금보다 강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며 “가전업계 매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실천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압박에 따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조치에 대해 “우리 기업이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재빠르게 대응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는 협상에 능한 사람”이라며 “나프타 탈퇴 엄포는 그야말로 엄포일 뿐 실현 가능성이 낮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려 한다면 미국의 경제학자나 전문가들이 나서서 말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교수는 “나프타로 인해 양질의 물건을 싸게 산다면 미국 사람들에게 좋은 것”이라며 “무역으로 인한 작은 손해는 치명적인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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