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금융회사 신관치유혹 버려야, 청와대 인사불개입 방침 언행일치해야
금융당국이 마침내 하나금융 차기 회장 인선 개입에서 한발 물러섰다.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회장 선임에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차기회장추대위원회가 예정대로 후보군을 대상으로 면접등을 진행하라고 했다.사필귀정이다. 불의한 관치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입장변화로 김정태 현 회장을 겨냥한 치졸한 압력과 신관치는 후퇴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김승유 전 지주 회장의 후계자에 대한 노골적인 견제를 벌여 거센 역풍을 초래했다.

김 전회장은 이명박 전대통령과 대학동문으로 금융계 4대천황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전대통령 시절 뇌물수사를 받다 비극적으로 생애를 마감했다. 노전대통령의 한을 풀려는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김전회장과 연계된 현 김회장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었다.

청와대는 금융위원회의 김정태 회장 견제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속내야 어떻든 신관치의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 금융위와 금감원이 하나금융 차기회장 인선에 대한 개입을 중단키로 한 것은 사필귀정이다. 정부가 민간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신관치, 신적폐를 쌓아갈 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금융위 제공


현정부는 젊은이 등 300만명이 빠져있는 비트코인시장을 전격 폐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거센 여론의 역풍에 직면하자 다시금 물러섰다. 금융지주사에 대한 노골적인 인사개입 문제도 이런 신관치부작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금융당국에 대한 제동은 바람직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더 이상 금융지주사 인선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민간금융지주사 인사에 왜 개입하는가? 시장자율을 존중해야 할 최종구 위원장과 최흥식 원장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선임과 회장 선임방식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압력을 넣었다. 금융계의 대표적인 신적폐요, 신관치였다. 금융당국의 그간의 행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뽑아 장기재임한다고 포격을 퍼부었다. 차기회장 추대를 위한 면접을 진행하는 하나금융지주에 대해선 CEO리스크를 감안해서 회추위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하나금융 회추위가 소신있게 금감원의 지침을 묵살하고 15일 후보군을 대상으로 면접을 본 것은 잘했다. 당국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회추위 사외이사들이 자율적인 선임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강하게 개입해서 정권이 미는 인사로 채웠다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을 것이다. 차기정권에서 부당한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았을 것이다. 신관치 미수에서 그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식의 관치를 답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문제는 하나금융 회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김회장이 연임될 경우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규제와 견제 압력등이 횡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괘씸죄로 다루면 하나금융은 이정권내내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한다. 인사개입 중단통보가 하나금융을 더욱 긴장시킬 수 있다.

금융당국이 우격다짐으로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압박을 행사한 것은 정권의 분위기를 감안해서 이뤄진 것일 수 있다. 금융당국이 알아서 과잉충성하다가 사달이 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개입하려는 것은 볼썽사납다. 금융위는 후보군 선정기준의 공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등을 내놓았다.

내용은 그럴듯해도 이미 각 금융지주사들이 투명하게 사외이사와 회장 선임절차를 지키고 있다. 최종구위원장의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발표는 지나치게 고압적이다. 정부가 민간금융회사를 어린아이 다루듯 시시콜콜 간섭하고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금융회사의 선진화와 글로벌화를 가로막고 있다. 여전히 정부가 금융회사를 공기업 다루듯이 손에 틀어 쥐려한다. 금융관료들의 DNA에는 관치의 망령이 포진돼 있다. 암 3~4기 수준의 심각한 중증이다. 금융당국은 이제 민간금융회사가 글로벌금융회사로 도약하도록 그립을 놓아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강화와 건전성 감독에 주력하면 된다. 관치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한국금융의 최대 비극이다.

금융회사의 인사와 경영은 주주와 이사회가 결정해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를 국영기업 공기업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관료들은 신관치의 탐욕과 아집을 버려야 한다. 아프리카 수준으로 떨어진 금융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선진국 수준의 규제혁파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있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