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의 경험과 SNS 영향으로 사람들 몰려...수입할 정도로 유명 브랜드인지 의문, 인기 얼마나 지속될지 관건
   
▲ 3일 오전 8시 40분경 한남동 타르틴 베이커리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줄을 서고 있다./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인스타그램에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할 빵이라고 사진들이 올라오고 미국에서 유명한 빵집이라고 해서 와 봤어요."

지난 3일 오전 8시 40분 서울 한남동 리첸시아 옆 간판도 없는 한 건물 한편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두꺼운 패딩을 입고 줄을 서고 있었다. 그 건물 앞에는 쉴 새 없이 차량들이 멈춰서며 발렛 주차를 맡기고 있었다. 그들은 차에서 내려 강추위 속에서도 긴 대열에 합류했다. 오픈 시간인 9시 경에는 3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직원들은 추위에 떨며 줄 서 있는 고객들에게 핫팩과 커피 등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타르틴 베이커리'(이하 타르틴)에 입장하기 위해 주말 아침 일찍 조용한 한남동을 찾은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왔다는 '타르틴'이 서울 한복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타르틴 자체의 브랜드력 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등의 영향이 컸다. 주변 식당가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서도 "겨울철 이 동네는 조용한 편인데 타르틴이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매우 많아졌다"며 "자세히는 모르지만 미국에서 엄청 유명한 빵집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이 타르틴을 찾나

타르틴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보였다. 첫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잠시라도 살았거나 여행을 했던 사람들이 현지에서 타르틴을 접하고 난 이후 서울에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한 경우이다. 미국 현지의 맛을 한국에서도 접하고 싶은 욕구이다. 아니면 미국 현지 지인들에게 추천을 받고 온 경우도 있어 보였다.

한남동 특성상 외국 생활을 한 사람들이 많은 만큼, 타르틴을 알고 온 경우도 많았다. 실제 매장 앞에서 만난 한 고객은 "한남동에 살고 있는데 타르틴이 오픈했다는 소식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타르틴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접하고 자신도 인증샷을 찍기 위해 대열한 합류한 경우이다. 즉 타르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고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할 빵'이라는 소문에 이 곳을 찾은 것이다. 

세 번째는 제빵사나 제빵 관계자, 빵 마니아들이 시장 조사 차원에서 타르틴을 찾는 것으로 보였다. 타르틴의 창업자인 채드 로버트슨이 쓴 '타르틴 브레드'라는 책은 제빵 관계자들에게 유명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 책을 보며 제빵을 공부한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채드 로버트슨은 몇 개월간 서울에 머물며 직접 제빵을 하고 있어 그가 직접 만든 빵을 접하고 싶어 이 곳을 찾은 것이다.   
   
▲ 타르틴 베이커리 내부./사진=미디어펜
왜 타르틴 베이커리인가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맛집은 '인앤아웃버거', '블루보틀커피', '보딘(BOUDIN, 클램 차우더로 유명한 곳)' 등이다. 기자도 샌프란시스코를 갔었을 때 타르틴을 접하지 못했다. 이 브랜드를 수입한 회사가 인지도가 높은 수많은 브랜드 대신 타르틴을 가지고 온 배경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지 창업자인 채드 로버트슨이 한국을 매우 좋아하고, 한국 친구들도 많아 한국 진출을 매우 원했기 때문이라고 타르틴코리아 측은 전했다. 타르틴은 3년 전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사실 타르틴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타르틴에 대해 물어봤을 때도 "잘 모르는 브랜드"라고 답했다. 

또 타르틴은 샌프란시스코 중심가인 유니온스퀘어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돌로레스 파크 근처에 위치한 자그마한 빵집이다. 샌프란시스코 타르틴을 방문한 한국인들이 SNS와 블로그 등에 올린 글들을 봐도 "여기는(샌프란시스코 타르틴) 완전 올드한데", "평일 낮 기준으로 매장 밖으로 줄을 서는 정도는 아니었고 매장 안에는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정도였다", "타르틴의 인기를 떠나 돌로레스 파크 근처 카페가 별로 없었다", "전체적으로 맛은 괜찮았지만 만약 줄이 엄청 길다면 굳이 기다려야할 정도인지는 살짝 의문이 들었다"고 전했다.    

SPC그룹에서 수입한 '쉐이크쉑(쉑쉑버거)'이나 오는 3월 삼청동에 오픈한다고 알려진 '블루보틀커피'는 모두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브랜드이고 한국에 오픈하길 원했던 브랜드였다. 하지만 타르틴은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매우 낮고 한국에 오픈하길 원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됐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오히려 샌프란시스코 현지 타르틴 보다 이태원에 있는 타르트 전문점인 '타르틴'의 인지도가 더 높을 것이다. 거기다 우리나라의 제빵 기술도 매우 수준 있게 성장하고 있고, 전국에 유명한 빵집도 많은 현실에 굳이 타르틴 아니면 안 되며 미국의 빵집까지 한국에 들여오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됐을까.

특히 타르틴에서 유명한 크로와상 등의 제품들은 오리지널이 미국이 아닌 프랑스나 유럽이다. 미국 현지인들 사이에 타르틴이 인기 있는 이유 역시 '미국에서 먹는 유럽식 빵'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타르틴을 접했던 한 사람 역시 "미국에서 제대로 된 유럽식 빵을 접할 수 있어 미국 현지인들이 타르틴을 선호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한남동에 판매하고 있는 타르틴은 미국에서 수입된 유럽식 빵인 셈이다.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할 빵' 진실은?

타르틴을 한국에 수입한 회사는 타르틴을 알리기 시작하며 인스타그램에 '죽기 전에 반드시 먹어봐야 할 25가지 음식 중 하나는 타르틴의 크로와상'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확산되면서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할 빵', '미국 최고의 빵집'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로 알려진 허프 포스트(HUFF POST, 옛 허핑턴 포스트)의 한 기자는 2014년 '25 Foods You Have to Eat Before You Die'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 기자가 선정한 25가지 음식 중에는 초콜릿 칩(A Chocolate Chip Cookie From Levain Bakery)도 있으며 '나만의 오픈에서 만드는 로스트 치킨(A Roast Chicken That You Make In Your Own Oven)도 포함됐다. 심지어 비빔밥(Hot Stone Bowl Bibimbap), 군밤(Hot Roasted Chestnuts), 딸기(Strawberries Picked Fresh From The Field)도 있었다. 그 중에 타르틴의 초콜릿 크로와상(Chocolate Croissant From Tartine Bakery)이 포함된 것이다.

즉 25가지 음식은 공인된 기관에서 발표한 것도 아니며 설문에 의한 것도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단지 기자의 주관으로 25가지 음식을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음식을 강박적으로 꼭 먹어봐야하는 것이 아닌 바쁜 일상 속에 주변의 음식들을 접하며 여유를 가지라는 일상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 타르틴을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할 빵'으로 알린 주인공은 아우디코리아에서 마케팅 임원을 지낸 이연경 이사(현 타르틴 한국 마케팅 이사)로, 그의 영리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죽기 전에 꼭 봐야할 뮤지컬', '죽기 전에 꼭 먹어야할 음식' 등은 유치한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유효한 마케팅 방법으로 보인다. 타르틴이 블루보틀커피와 합병을 추진했다 무산된 배경을 알린 것도 타르틴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 타르틴 베이커리 창업자인 채드 로버트슨이 직접 한남동 매장에서 빵을 만들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타르틴 인기 얼마나 지속될까

문제는 타르틴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여부이다. 한국은 유행이 매우 민감하고 또 빠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쉐이크쉑도 한국 진출 당시 새벽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어느새 잠잠해졌다. 백화점에 줄을 서서 구입했던 몽슈슈의 도지마롤, 베이크의 치즈타르트도 어느새 인기가 시들해졌다. 

우리나라의 제빵 기술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태원 오월의 종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구입하고, 김영모과자점, 나폴레옹제과점, 태극당 등 수십 년간 운영되고 있는 빵집들도 많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와 같은 프랜차이즈 빵집들도 해외로 진출할 정도로 매우 수준이 높아졌으며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제빵사들도 이태원, 연남동 등에 감각있는 매장을 오픈해 인기를 끌고 있는 곳들이 많다. 

백화점과 호텔에서 판매하는 빵들도 매우 수준있다. 프랑스 브랜드 브리오슈도레, 에릭케제르, 곤트란쉐리 등도 한국에 진출해 영업 중이다. 

이런 과포화된 국내 빵집 경쟁에서 타르틴이 어떤 경쟁력을 지니며 인기를 지속할지는 미지수이다. 타르틴 측은 2년 내 3~4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과도한 확대 전략을 펼치지 않을 뜻을 밝혔다. 

하지만 타르틴의 사업목적에는 프랜차이즈업도 있는 만큼 향후 성공 여부에 따라 프랜차이즈 사업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타르틴코리아 측은 수차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가고 있으며 아주그룹 등의 투자도 유치했다. 타르틴이 얼마나 인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