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설명절에도 나홀로 연휴를 보내는 혼족파가 등장하고, 해외 여행을 떠나는 실속파에 귀성파까지 새로운 명절 풍속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혼족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실속파와 대가족 귀성파로 나뉘는 새로운 풍속이다.
특히 친척과 웃어른들의 잔소리 걱정에 명절 모임을 피하려는 취업 준비생, 모처럼의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가려는 직장인 등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설날이 개인 중심의 휴일로 바뀌어가는 것이 현실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번 설 연휴에 해외 출국 인파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사는 1년 전 설 연휴인 지난해 1월26~30일(일평균 8만3498명)에 비해 14~18일 5일간 하루 평균 승객 수를 9만440명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6942명(8.3%) 많아진 것이고 4년 전 연휴 당시 하루 평균 5만3860명이 해외로 향했던 것과 비교하면 3만6580명(68%)가 늘어난 수치다.
황금연휴도 아닌데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 열리고 있지만 명절 기간의 해외 여행 추세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 연휴를 맞아 가족 단위의 해외여행이 늘었다는 것이다.
하나투어는 이에 대해 "가족 단위로 일본이나 동남아 등 가까운 곳에 오가는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며 "1년 전 구정 연휴 당시보다 해외 단체여행 예약수요가 16%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관광업계는 "연휴 기간이 짧다고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이 1988년 서울올림픽과 다른 점은 국가적 행사가 개인 및 가족의 행복 추구에 우선순위나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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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귀성 열차표 현장판매가 시작된 16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열차표를 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일각에서는 1월1일 신정 때 차례를 지내고 구정 연휴에 가족단위 여행을 선호하는 실속파가 늘어났고 결혼연령이 늦춰지면서 가족과 떨어져 연휴에 혼자 지내는 청년층 비중이 높아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향으로 귀성하거나 한곳에 모여 우애를 다지는 대가족 문화도 여전하다는 입장도 있다.
고향에 계신 부모가 자녀들이 있는 도시에서 명절을 보내는 '역귀성' 현상은 2010년대에 들어와 일반화됐고, 신정이나 설 연휴 전 주말에 처가를 먼저 찾고 연휴 설 당일은 본가에서 지내는 동선을 선호하기도 한다.
일부는 신정 때 제사를 지낸 후 설 연휴에 친척들과 함께 돈을 모아 여행을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연휴기간 중 귀성길과 귀경길 정체는 여전히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특별 교통대책 기간인 14~18일 간 총 3274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고, 이중 80% 가량이 자가용을 이용해 하루 평균 고속도로 이용 차량이 424만 대에 다다를 것으로 관측했다.
덕담과 정을 나누는 정겨운 설날 풍경은 시대의 변화를 타고 있다.
편리함과 실속, 개인의 행복이라는 가치와 맞물려 가족 간의 우애를 보다 다양하게 다지는 새로운 풍속도가 형성되고 있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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