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올림픽’ 구상이 성공한 가운데 올림픽을 1주일정도 앞둔 상황에서 북미간 기싸움에 시동이 걸렸다. 

미국은 남북대화를 북미대화의 지렛대로 쓰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최대한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틸러슨 미 국무부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이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지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하기 위해 당근이 아니라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을 방문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정은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남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북한은 우리쪽에는 적극적인 대화공세를 이어가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우리는 미국과 대화에 목말라하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바빠질 것은 미국”이라"며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트럼프 패거리들이 호들갑을 떨어댄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미국은 대화 테이블에 앉기 전 밀리지 않기 위해 남한에 대한 냉온 전략까지 동원해 히든카드를 만들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반대로 ‘한국산 철강에 최대 53%의 간세 부과’안을 마련, 사실상 경제제재 카드를 빼들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정부이지만 철강 수입규제 대상 국가에 일본과 캐나다가 빠지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이 포함된 것에 대해 정치외교 문제를 배경으로 한 통상전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은 북미관계를 고려해 추진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평창동계올림픽 내‧외신 기자단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가 많지만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남북정상회담의 첫 고비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될 전망이다.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남한지 열흘이 되어가도록 한미 정상간에는 전화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외교가에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시간 16분동안 통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핫라인’을 중심으로 정상간 통화에 앞선 사전정지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의 개회식을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으로 삼았던 것처럼 폐회식에서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를 컨트롤할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할 예정으로 동시에 북한도 다시 한번 고위급 인사를 내려보낼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지난 12일 “대화를 하는 기간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도한 것을 들어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화를 하게 되면 추가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남한은 물론 북한과 미국이 모두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에 변화를 추구하는 만큼 결국 북미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남아 있고, 한동안 대화에 앞서 북미간 샅바싸움도 치열할 전망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