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당국의 금융개혁 드라이브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제공=연합뉴스

 

감독당국 수장 스스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되면서 금융당국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 금융개혁 동력에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으며 곧 사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지난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하나은행에 입사 지원서를 내 대학동기 아들 A씨의 이름을 인사 담당 임원에게 전달했다. A씨는 당시 서류 심사 평가 기준보다 점수가 낮았지만 최종합격하면서 최 원장의 부당한 압력행사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최 원장과 금감원 측은 “채용과정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금융권 채용비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채용결과와 관계없이 감독당국의 수장이 스스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점만으로도 도덕성에 상당한 흠결을 냈다는 분석이 크다.

무엇보다 채용 비리 척결을 내세워 금융권을 압박해온 금융당국이 스스로 신뢰성에 흠집을 내면서 금융개혁 동력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당국은 금융권의 적폐청산에 강한 의지를 보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황제연봉, 채용비리 근절 등 불합리한 관행이나 부조리에 대한 엄정대응을 수차례 언급해왔던 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황제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불완전 금융상품 판매 등 금융소비자 피해, 그리고 최근 일련의 채용비리까지.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과 같이 차갑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일부에서 ‘금융위 해체’ 목소리까지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동안의 금융적폐를 적극적으로 청산하고 국민 생활과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금융으로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경찰’로 불리는 금감원 수장이 채용비리에 휘말리면서 금융권을 향한 적폐청산 동력도 상당부분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경찰의 수장이 채용비리에 휘말리면서 당국의 영이 제대로 서겠느냐는 우려가 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