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채용비리 관련 고강도 조사 예고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인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융권도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최 원장의 낙마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금융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고강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금융감독원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 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금감원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직무 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향후 최 원장의 채용비리는 물론 하나은행 채용비리 전반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당시 하나은행에 입사 지원서를 낸 대학동기 아들 A씨의 이름을 인사 담당 임원에게 전달했다. A씨는 당시 서류 심사 평가 기준보다 점수가 낮았지만 최종합격하면서 최 원장이 부당한 압력행사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최 원장은 그 당시 관행이던 내부추천을 따랐을 뿐 채용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에 이름을 전달한 것은 당시 그룹 임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받았던 ‘우수인재 추천전형’일 뿐, 점수조작이나 기준변경 등 채용비리로 볼 만한 구체적인 불법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낙마함에 따라 최 원장에 적용된 잣대를 향후 조사에 적용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최 원장은 하나은행 내부 ‘VIP 추천제도’에 따라 A씨의 이름을 인사담당자에게 건넸다. 이는 하나은행 임원이 추천할 경우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 내부에서 관행으로 이뤄졌던 추천제도는 다른 지원자들과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될 수 있어 비난여론이 높다”며 “채용결과와 관계없이 부하직원에 해당하는 담당 임원에게 입사 지원자의 이름을 통보하는 것 자체를 ‘부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최 원장의 잣대를 적용할 경우 하나은행은 물론은행권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은행권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사례만 보더라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지만, 국민적 공분은 극에 달했다. 당시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당시 지인 아들의 합격 여부만 문의한 것만으로도 검찰수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금융권에선 향후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가 더욱 엄정한 잣대에서 고강도 수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 이면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싼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 갈등의 골이 증폭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특혜대출 등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으로 차기 회장 후보 선출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강행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최 원장이 전격 사퇴함으로써 금감원과 하나금융간 기싸움에서 하나금융이 승기를 잡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하나금융 측은 금감원과의 대립각에 대해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주총을 불과 보름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며 “일각에서는 최 원장 의혹과 관련해 우리 쪽에서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도는데 금융당국과 척을 져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하나금융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